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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 정연의 형철(亨哲). 축복!!! 형철이 태명은 꿈틀이. 엄마 뱃속에서 꿈틀대기 시작할무렵에 지어진 이름.

연산 캠핑(나그네 캠핑장) 그리고 향적산 알바 (2016-02-27~02-28)

김선호 2016.03.13 12:14 조회 수 : 466 추천:22



주말 계획이 참 다이나믹하게 급변했다. 원래 승필이와 함께 북한산 등반을 계획하고 산행 루트며 여러 가지를 준비했는데 수요일에 친구 녀석의 비통한 문자 하나를 받았다. "와이프 생일이다. ㅠ". 아내 생일이라는데 선약을 해놓고 그런법이 어딨냐고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오래전에 한 번 생각해 두었던 가족들과 함께 인왕산이나 북악산을 대신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 오후에 선경이로부터 같이 캠핑을 가지 않겠냐는 제안에 계획은 다시 급변했다. 홍서방이 동계 캠핑 용품과 여러 가지 캠핑 장비들을 새로 장만해서 결전의 날을 기다려오던 차에 이제 12살이 된 조카 현준의 캠핑 가고 싶다는 말 한마디가 점화 버튼이 되었던 모양이다.

매제가 충남 연산군의 한 캠핑장에 예약을 해 두어 우리는 부랴 부랴 짐을 꾸려서 토요일에 내려 갔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캠핑장 위치가 계룡산 아래에 있고 계룡산에서 남쪽으로 용꼬리처럼 길게 능선으로 이어진 향적산이라는 곳(사실 이번 캠핑을 통해 알게 된 산이다. 우리나라에는 참 산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바로 옆이다. 그래서 아싸~ 토요일에는 캠핑장 내에서 즐기고 다음날 일찍 향적산에 올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향적산에 대해 좀 찾아보니 정상에는 여러 의미가 담긴 비석들도 있고 태조 이성계가 향적산의 국사봉이라는 곳에 올라 신도안에 도읍을 정할 때 국사를 논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용꼬리 처럼 늘어진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계룡산의 멋진 모습과 황산벌도 볼 수 있다고 하니 나름 기대가 되었다.

일요일 아침, 산행을 같이 하겠냐고 물어보니 홍서방과 조카 석준, 현준은 가기 싫다고 하고 동생과 아내 그리고 사랑스러운 두 꼬맹이 아들 형철, 현수가 함께 하겠단다(사실 컵라면으로 꼬득였더니 단숨에 오케이했다). 그렇게 향적봉 산행이 캠핑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짧게나마 산행기를 작성하기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네이버 지도 등 지도 프로그램에서 향적산 등산로를 보면 능선을 기준으로 서쪽, 즉 캠핑장 쪽에서는 길이 전혀 없고 죄다 동쪽에만 길이 나 있다. 그래서 애초에는 차를 타고 산을 돌아가서 동쪽의 어딘가에서 시작하려고 했는데 캠핑장이 바로 산 아래에 있기에 분명 어딘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캠장에게 향적산 능선에 오르는 길이 있는지 전날 물어보았다. 캠핑장 주인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시멘트 길이 나오고 조금 가다보면 우측에 등산로가 보일테니 그 길을 따라 가면 이정표가 보이고 능선이 나온다고 했다.

우리가 다녀온 산행길은 Fig.1에서 보는 바와 같고 이를 좀 더 확대해 자세히 지나온 경로를 보자면 아래 Fig.2와 같다.


Fig. 2 나그네 캠핑장에서 시작한 향적산 등산 루트. 총 3시간 20분 소요. 이동거리 4.46km. 최고 높이 369m.

결론부터 말하자면 짧지만 등산 경력 최악의 알바(사실 알바를 경험한 적은 이전에 딱 1번 있었다)를 경험했으며 캠장이 일러준 쪽의 길은 향적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없었다. Fig.2의 그림에서 보 듯 캠핑장에서 출발해서 시계 방향으로 돌았는데 반대로 가서 원점 회귀를 했었어야 했다.


오전 7시 52분. 시작점은 좋았다. 넓직한 임도에 모든게 편안해 보였다. 큰 애는 컵라면을 먹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선경이가 사진을 찍어 주는데 재빠르게 아빠 옆에 서서 같이 포즈를 취하는 녀석들.

시멘트 길을 따라 가다가 정말 우측에 넓직한 등산로가 나타나 그리로 올라갔다. 한 5분 정도 올라가니 뭔가 이상했다. 인적이 없었던 듯 길 가운데 듬성 듬성 손가락 굵기의 가시나무들이 종류별로 있는 듯 했다. 굵은 가시, 잔 가시 등등... 어린 아이들 때문에 내가 앞서서 가시나무들을 꺾고 밟고 해야 했다. 가시나무 키고 딱 애들 얼굴 높이 정도. 이 가시밭길은 Fig.2에서 분홍색 길에 해당된다.

가시밭길을 겨우 지나니 이게 웬걸 산에서 무너져 내린 듯한 돌무더기들이 보이고 길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위를 올려다 보니 능선은 보이는데 길은 없고 우측에는 손가락 굵기들의 나무덤불들로 가로 막혀 도저히 헤치고 갈만해 보이지 않았다. 왼쪽으로는 능선이 좀 더 높아 보이지만 나무들을 비집고 갈만해 보여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기로 했다. 위 Fig.2 그림에서 보면 밝은 파란색 길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기대와 다르게 최악의 난이도였다. 경사는 심해서 발목이 거의 접히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했고 쌓여진 낙옆 더미에 자주 미끄러졌고 잔 나무들이 길을 가로 막아 이를 헤치고 가야 했다. 간간히 썪은 나무들이 있어 나무를 붙잡고 오르려다 뒤로 넘어질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8살, 6살 아이들과 힘들어 하는 아내를 이끌고 가는데 가면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길은 계속 나오지 않으니까 아내가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덜댔다. 평생동안 들을 잔소리거리가 저장되는 순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소에 산행 한 번 하지 않던 선경이가 마치 전문 산악인인양 불러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갭을 둘만큼 빠르게 알아서 진군했다는 것이다. 어릴 적 아버지 따라 등산했던 경험이 빛을 발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거의 능선에 다다랐을 무렵 아내는 인상이 크게 일그러지며 발목이 끊어질 듯 하다며 내게 큰 불만을 쏟았다. 그러자 8살 큰 녀석이 엄마를 부축해 주겠다며 엄마손을 붙잡고 끄는 행세를 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 아이에 대한 대견함,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드는 순간이었다.


능선에 겨우 올라 자리를 깔고 쉬었다. 가시밭길 끊긴 후 알바 시작해서 능선에 오르기까지 50분이 걸렸다. 아이들은 컵라면 먹을 생각에 힘든 것은 이미 잊어버렸고 마냥 좋기만 하다.


아이들 앞으로는 급경사인데 본의 아니게 저런 곳을 뚫고 이 능선에 올라서게 되었다.


선경이는 가뿐하게 올라와서 그럭저럭 괜찮은데 아내는 화가 단단히 났다. 커피 한잔을 타 주어 달래주었다.


빨리 물 부어 달라며 기대에 한 껏 부풀어 있는 녀석들.





능선에 올라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국사봉쪽으로 향했다. 능선길은 정겹고 편안했다. 그런데 가다 보니 아무래도 아이들을 데리고는 시간이 너무 소요될 것 같았다. 캠장의 말에 의하면 캠핑장에서 향적산 정상까지 왕복 1시간 3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이미 2시간 2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더구나 캠핑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지도에 보이지 않았다. 능선을 타고 가다 동쪽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통해 빠져야 하는데 이는 향적산 능선을 중심으로 캠핑장과 완전히 반대 방향이다. 이럴 경우 시골이라 택시도 없을테고... 홍서방이 차를 끌고 픽업을 해야 할 판이다. 선경이의 제안은 더 이상 가지 말고 반대 방향으로 가 보자고 했다. 적당히 내려갈만해 보이면 캠핑장쪽, 즉 서쪽으로 내려가자고...

우리는 남쪽으로 능선을 타고 쭉 갔다. 그런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설상가상이다. 아이들 옷이 방수 기능이 전혀 없는 오리털 점퍼라 옷은 축축히 젖어가고 캠핑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불확실한 상태고 속이 좀 타기 시작했다. 계속 가다 보니 4거리 갈림길이 나왔고 다행히 진행방향의 우측(즉 서쪽)으로 어은리 방향 이정표도 있었다. 이상하게도 지도상에는 이 어은리 방향 길만 나오지 않는다. 10여분 남짓 내려가니 시멘트 포장길이 나왔다. 캠장이 얘기했던 길이 바로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정확히 캠장은 시멘트 길을 가다 우측으로 등산로가 있다고 했는데, 사실 왼쪽에 등산로가 있었다). 즉, 이쪽으로 올라왔어야 했는데 이 길을 지금에서야 찾아 내려가고 있다.

포장길을 따라 GPS를 보면서 캠핑장쪽으로 향했는데 네이버 지도를 확대해 보니 길이 또 조만간 끊기는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캠핑장 위치를 보면서 길을 다시 찾아본 게 위 Fig.2에서 주황색 라인이다. 하지만 이 길도 조금 가다 보니 막혀서 다시 나왔다. 결국 다시 포장길을 따라 캠핑장쪽을 향해 가니 감격스럽게도 캠핑장이 나왔다. 정확히 3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신나하고 아내도 활짝 웃게 되었다. 다음에 친구와 못다한 향적산 능선길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로부터 당분간 잔소리를 들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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