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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북한산 산행 후기 : 구기터널~비봉~향로봉~구기터널 (2016-03-06)

김선호 2016.03.13 13:18 조회 수 : 415 추천:29



늘 그렇듯 누군가와 주말 활동을 위해 약속을 잡고 실행에 옮기는 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승필이와 북한산 산행 약속을 한 게 1주전이지만 개인 사정으로 1주일을 미뤘는데 무슨 놈의 행패인지 기대했던 토요일에 비가 듬뿍 내렸다. 그래도 비온 뒤의 날씨를 기대하며 일요일로 다시 연기를 했더니 일요일 이른 아침에 승필이가 “황사 매우 나쁨” 기상 예보인데 어쩌냐라는 너무도 고민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는데, 밖을 보니 황사가 심할 때의 시계가 아니라 의외로 괜찮았다. 기상청 홈페이지를 가봤더니(예보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고 실시간 날씨 정보를 보기 위해 종종 방문한다) 황사 및 먼지 수준이 파란색으로 괜찮았다. 예보와 완전 다른 상황. 우리는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원래 등산 코스로는 3호선 불광역에서 시작해서 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대남문~빨래골 이었는데 승필이 녀석이 며칠 전 가벼운 추돌사고로 크게 무리없이 보다 짧은 코스로 다녀오자고 해서 적당히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로 했다.

지도에 나온 길을 참조해보면 불광역 9번 출구로 나와서 오르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불광역에 도착해서 보니 수 많은 등산객들이 죄다 2번 출구로 나가고 9번 출구로는 한 두 명밖에 가는 사람이 없었다. 약간의 군중심리 덕에 우리는 계획을 살짝 바꿔서 2번출구쪽으로 가봤더니 인산인해다. 2번 출구로 나와 구기 터널쪽으로 가는 분들과 그 중간에서 오르는 분들이 대다수였는데 어떤 분이 길을 건너 계단으로 시작되는 둘레길을 거쳐 올라가면 보다 완만히 편안히 올라갈 수 있다 해서 우리는 그 분의 말대로 길을 건너서 가 보기로 했다. 즉, 진행방향의 왼편에 북한산이 있고 길을 건너면 결국 둘레길을 타고 올라가 터널 위로 해서 북한산으로 오르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 길이 3월 17일까지 통제구간으로 막혀 있어서 우리는 그냥 구기터널 바로 앞에서 오르기로 했다. 약간 굽어진 도로를 따라 터널 방향으로 가다 보니 이게 웬걸, 구기 터널 앞 북한산쪽의 인도에는 등산로가 있지만 길 건너편, 즉 우리가 다다른 쪽 인도는 터널 벽으로 길이 끊기고 등산로도 없다. 터널 앞인지라 중앙분리대로 이어진 차도는 저 아래까지 쭉 이어지고 우리는 발길을 다시 돌려야 했다. 다행히도 얼마 가지 않아 자그마한 등로가 나와 그리로 올랐더니 둘레길과 연결이 되고 구기터널 위로 해서 산행이 시작되었다. 탕춘대 능선을 타고 올랐다.

향로봉과 비봉 갈림길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주 가벼운 산책 코스로 다니기 좋게 길이 잘 되어 있었다. 날씨도 화창하니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가볍게 트레킹 겸 도시락 싸들고 와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향로봉 코스길로 내려오기전까지는…


산행 루트 : 불광역 2번출구에서 구기터널, 비봉, 향로봉 그리고 다시 구기터널쪽으로 하산. 원래는 족두리봉을 지나치면서 하산하려고 했는데 향로봉에서 내려오면서 갈림길을 지나쳐 온 길로 되돌아오고 말았다.총 9.78km, 소요시간 5시간 20분.


구기터널위로 해서 가는 길은 좌측 족두리봉, 그리고 정면에 향로봉, 오른쪽으로 비봉 능선을 보면서 편안히 갈 수 있다. 이런 편안한 길은 향로봉과 비봉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 때가 되어 우리는 호랑이 바위라 일컫는(지나가는 등산객이 동료들에게 그렇게 알려주는 것을 들었다) 좀 넓직하고 커다란 바위 옆에 평평한 자리에 의자를 펴고 준비해 온 간단한 음식들(컵라면과 김밥, 김치, 안동소주, 그리고 쥐포와 오이, 고추장)을 펼쳤다. 따뜻한 봄 날의 전형이었는데 그래도 앉아서 쉬니 좀 서늘한 기운도 들었다.        


향로봉, 비봉 갈림길에서 비봉쪽 루트. 그 동안의 편안함은 사라지고 약간 험난해진다.

우리는 향로봉, 비봉 갈림길에서 즉흥적으로 비봉쪽으로 가기로 했다. 갈림길 이정표를 보면 향로봉까지는 1km인데 비봉까지는 1.3km로 별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가다 보니 시끌벅적한게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이 모여서 마치 장터에서 파전에 막걸리 잔치를 하 듯 모여 있었는데 플래카드를 보니 휘문고 출신 산악회원들의 시산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산 중턱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처음 봤다. 일부 눈쌀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목격했는데 굳이 언급하고 싶진 않다.


향로봉 기점에 올라 비봉쪽으로 가다 뒤돌아 바라 본 향로봉.

1시 30분 경에 드디어 향로봉 기점에 올랐다. 우측으로 0.3km정도 더 가면 비봉이다. 비봉앞에 다다르니 비봉산불 감시초소가 있고 국립공원 직원이 조금 더 가서 보다 안전한 루트로 비봉을 오르라고 얘기해 주었다. 경고 팻말에는 추락위험지역으로 출입허용기준에 대한 설명이 씌여 있었다. 실제로 우회해서 돌아본 비봉의 실제 모습은 좀 아찔했다.


비봉 아래서 바라 본 모습. 좌측의 좁은 암벽로를 거쳐 올라야 하는데 세찬 바람이 부는데다 한 발만 헛디뎌도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 친구와 나는 그냥 여기까지만 하자고 했다. 아주머니들은 씨익 웃으면서 턱턱 갔다.


좀 더 다가가서 본 좌측 루트. 사진 찍은 위치에서 한 발만 왼쪽으로 가면 낭떠러지다. 실제는 좀 더 아찔하다.




비봉쪽에서 향로봉 배경으로.


향로봉쪽에서 바라 본 비봉.

우리는 다시 향로봉으로 향했다. 다시 향로봉 기점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향로봉이다. 향로봉에 오르기 직전에 펼쳐지는 백운대를 비롯한 북한산 능선과 전경들은 가히 압권이라 할만하다. 게다가 당일 황사예보까지 빗나가게 한 산위의 쾌청한 날씨는 멋드러진 북한산 풍경에 기여를 해주었다.


좌측 백운대, 우측 비봉까지 펼쳐진 짜릿했던 풍광.


승필이와 함께.






향로봉 535m에 올라 바라본 비봉.




향로봉에서 바라보는 북악산과 인왕산,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남산. 북한산 위는 쾌청한데 도심 아래는 약간 뿌옇다.


향로봉에서 이어지는 ridge와 우측 족두리봉.


향로봉에서 바라보는 족두리봉.


급하강(향로봉 하산길이 매우 가파랐다) 후 뒤돌아 바라 본 향로봉. 여기서 보니 뾰족하다.

황사예보와 달리 뜻 밖에 맑고 따뜻한 날씨에 이번 산행은 마치 수지 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여정이었다. 다만, 예정대로 한 산행루트가 아니었다는 게 조금은 아쉬웠지만 괜찮았다. 향로봉에서의 풍광은 모든 것을 보상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대로 되돌아오기가 너무 아쉬워 구기터널 입구쪽으로 살짝 틀어 내려왔다. 구기터널 길따라 불광역쪽으로 가다 보니 참 특이한 어필(*)의 플래카드를 붙여 놓은 메밀국수집이 있어 메밀국수와 메밀전, 그리고 막걸리로 기분 좋은 마무리를 했다.

* 플래카드의 내용은 "정주영이 즐겨먹었던 메밀국수"였다. 정주영이 다녀간 것도 아니고 정주영이 즐겨먹었단다. 참 뜬금없는 실소가 터져 나왔지만 우리를 사로잡은 것은 맞다.

20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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