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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덕유산에 다녀왔다. 5번째 덕유산이다. 오늘은 줄곧 기회를 엿보았던 코스, 주능선 중 백암봉에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빼재로 하산키로 했다. 설 대체 휴일(19~20일)로 월요일에 회사가 쉬는 관계로 종종 등산을 같이 다니는 회사 선배인 최윤 차장님과 함께 하기로 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대신 땀흘리며 얻는 쾌감을 기대하며 둘이서 의기투합했다. 선배가 차를 가지고 집앞에서 나를 태운 시각이 오전 6시.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무주리조트 곤도라 탑승장에 도착하니 9시 20분 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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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리조트 곤도라 탑승장 앞에서. 우측의 리프트 탑승장 우측이 곤도라 탑승장(사진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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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라를 타고 오른 게 이번이 4번째. 스키장이 개장하는 시기에 탑승한 건 처음이다. 설천봉에 다다를 무렵 곤도라에서 본 스키 상급코스의 낙차가 큰 경사면이 어찌나 아찔한지… 설천봉에 이르니 스키어들과 등산객들이 각각 운행 준비를 했다. 흰백의 설원에 어울리는 복장을 한 스키어 커플이 멋져 보였다. 향적봉을 향해 오르며 스키타는 모습을 보니 문득 등산으로 오른 후 스키타면서 하산하면 얼마나 짜릿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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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눈이 안온데다 최근에 날이 포근해져서 눈이 많이 녹았을 거로 생각했는데 설천봉부터 하산해서 택시를 타는 그 순간까지 아이젠을 장착해야만 했다. 향적봉으로 오르는 북면의 계단은 눈이 수십센티미터나 다져져서 보이지 않았다. 향적봉에 올라 장쾌한 덕유산의 전경을 감상했다. 의외로 바람이 불지 않았고 기온도 생각보다 높은 듯 했다. 월요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야말로 쾌적한 조건이다. 향적봉에서 한동안 경치 감상을 하고 우리는 남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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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대피소에 이르니 누군가 눈사람을 멋드러지게 만들어 놓았다. 산행할 때 늘 뭔가 빼 놓고 오는데 오늘은 선글라스다. 강렬한 햇살이 흰눈에 반사되는 빛은 눈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다. 주능선의 길은 눈이 다져지고 다져져서 수십센티미터나 길 바닥 높이가 높아져 있었다. 보통 허리춤에 이르는 가드레일의 기둥이 눈속에 파묻혀 밧줄이 눈바닥에 겨우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지면의 높이가 눈으로 상승하니 종종 나뭇가지에 머리가 걸려서 진행에 방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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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에서 보는 향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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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덕유산의 장쾌함을 느껴본다. 백두대간 능선이 시원하다. 오늘도 운이 좋아 지리산이 보일 만큼 시야가 괜찮았다. 좌측으로 빠지면 오수자굴을 거쳐 구천동계곡으로 하산하게 된다. 주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바로 백암봉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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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본 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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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봉(송계삼거리)에서 본 남쪽 백두대간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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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봉에서 좌측 능선으로 방향을 틀어 빼재로 향했다. 이쪽은 진행 방향이 주로 동북향이라 눈의 깊이가 벌써 다르다. 능선 기준으로 동남쪽은 눈이 많이 녹았지만 동북쪽은 허벅지까지 빠지는 곳 투성이다. 이 능선 내내 푹푹 빠지는 눈길이었는데 한걸음 한걸음 착지시 걸리는 하중은 경감되었을지 몰라도 체력적으로 1.5배는 더 힘이 든 것 같았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능선에 눈을 몰아 쌓이게 해서 대부분 두터운 눈길이었는데 다져진 눈으로 굳은 길 바깥쪽에 스틱을 꽂으면 쑥쑥 들어가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게다가 동남쪽 사면은 눈이 많이 녹아 능선을 따라 좌측은 눈, 우측은 맨땅… 이러다 보니 눈절벽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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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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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쌓여진 것인지 길 한복판에 크레바스같은 틈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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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간의 힘든 점은 바로 눈이다. 탐방로는 다져져서 딱딱한데 길 측면에 스틱을 꽂으면 푹푹 빠져서 몸의 균형을 잃기 십상이다. 더구나 발을 옆으로 잘못 디디기라도 하면 허벅지까지 푸욱 들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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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능선. 우측의 중봉, 좌측의 백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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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의 백암봉. 좌측 남쪽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주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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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채 안되어 점심을 먹었다. 산행의 재미 중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입에 착착 감기는 먹거리다. 컵라면에 과일, 주전부리에 술한잔을 하며 심신을 달랠 때가 절정의 순간이 아닐지… 특히 선배가 준비해 온 위스키에 토닉워터를 배합해 먹는 한잔은 최고였다. 겨울엔 눈 때문에 대충 걸터 앉을 만한 곳이 없어 의자는 필수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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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 목전 헬기장에서 바라 본 덕유산 능선. 스키 슬로프, 향적봉, 중봉, 백암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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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1343m)에서 지나온 길을 배경으로. 누군가 옆에 못봉이라는 비석을 세웠나 본데 또 누군가 그것을 쓰러뜨려 버렸다. 지도상에 못봉은 조금 더 지나서인데 정확한 영문을 모르겠다.

백암봉(송계삼거리)~빼재 능선은 약 10.8km로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고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꽤나 어려운 코스다. 험하지는 않으나 길고 평탄하지 않아 체력적인 소모가 큰 편이다. 특히나 눈 쌓인 겨울철에는 체력이 배가되는 곳이다. 지봉에 올랐을 때만 해도 부담이 없었는데 지봉에서 한 없이 내려가는 것 같은데 바로 앞에 커다란 산(대봉)이 가로 막고 있으니 저걸 또 올라야 해? 하는 생각이 더욱 심신을 지치게 했다. 산도 거의 50일만에 오다 보니 꽤나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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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에서 본 거창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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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1263m)에서.  대봉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먹었다. 빼재까지 4km 정도 남은 지점이다. 다시 갈미봉을 넘으면 가파르게 내려간다. 이 후 두어개의 작은 봉을 넘고 또 넘는데 지나온 큰 봉우리들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었으나 산행 끄트머리에 줄곧 눈길을 헤치고 온 터라 체감상으로 느껴지는 부담은 가히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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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속에 홀로 선 자작나무 한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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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재를 목전에 두고 아이젠을 분리했더니 몇 미터 가지 않아 다시 차야 했고 미리 대절한 택시앞까지 빙판일 정도로 이 구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산하며 보이는 택시가 왜 이리 반가운지... 더구나 1년 반 전 부모님과 육십령 종주를 마치고 이용했던 택시였다. 기사도 전화번호를 보고 이용했던 고객이라며 인지를 하고 있었다. 리조트 주차장으로 돌아와 무주뚝배기(이 근방 최고의 맛집이다)에서 가마솥해장국을 먹고 올라왔다.

 

총 이동거리 : 13.5km

소요시간 : 휴식시간 2시간 4분 포함해서 7시간 35분

 

다음을 기약하며...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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