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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닭목령-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산행기 (2016-11-20)

김선호 2016.12.18 20:18 조회 수 : 1594 추천:8



2016년 11월 20일, 닭목령~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13.4km 산행기

1년만에 산행을 함께 하는 상범이와 산행 계획을 세우며 고르고 고른 코스가 닭목령, 고루포기산, 능경봉, 대관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13여Km다. 처음엔 두타산을 고려했었는데 아무래도 당일치기인데다 서로의 거주지를 생각해서 고르고 고른 코스다. 판교역에서 상범이를 픽업하고 새로 뚫린 제 2 영동고속도로(경기도 광주~원주)에 들어섰다. 경기광주휴게소에서 아침식사로 국밥을 사먹었는데 신생 휴게소여서인지 맛이 꽤 괜찮았다.

산행도착지인 대관령 신재생에너지 전시관(막상 가보니 전시관은 커녕 황량한 주차장만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미리 연락한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기사는 평창 토박이라며 마치 여행사 가이드처럼 평창의 곳곳에 대해 소개를 해 주었다. 주차장에서 대관령휴양림, 오봉저수지 쪽이 아닌 반대방향인 대관령면, 송천개울가를 통해 안반데기를 넘어서 왔다. 택시기사가 어릴적 송천개울가 도로가 없을 무렵 개울을 따라 소를 끌고 밭농사를 지으러 다녔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어릴적 추억과 자라온 평창의 안반데기를 소개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이런 곳은 돈주고 오기도 힘든 곳이라며 평창을 소개하는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안반데기 마을에 가보니 팻말에 구름위의 땅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안반은 떡을 칠 때 밑에 받치는 넓은 나무를 일컫는데 안반데기라는 명칭은 바로 안반과 같은 지형적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해발 1100미터의 고지대로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라고 한다. 안반데기를 지나치며 좀 아쉬웠던 부분은 개인들이 설치한 풍력발전기가 난립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고지대로 이어지는 도로의 커브길은 발전기 운송을 위해 매우 큰 반경으로 파헤쳐져 있는 곳이 꽤 되었다. 닭목령에 다다를 즈음에는 무슨 공사를 하는지 대규모의 공사 현장도 보였다.


닭목령에 이르니 표시석이 큼직하게 있고 뒷편에는 닭목령 지명에 대한 설명이 있다. 해발 700미터의 고지로 닭목의 한자어는 계항(鷄項)인데 풍수지리설에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이 곳의 산세가 천상에서 산다는 금계(金鷄)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인 금계포란형이고 이 고개마루는 금계와 목덜미에 해당한다고 하여 계항, 즉 닭목이라고 한다.
닭목령에서 출발시각은 오전 9시 21분. 안반데기를 좌우로 두고 걷는 오솔길 같은 이 초입의 길은 정원을 산책하 듯 어렵지 않고 괜찮았다.


바닥엔 낙엽이 그득해서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사이로 산들의 속살을 감상하며 나아갔다. 우리가 다녀온 이 코스는 전형적인 육산이어서 탁 터지는 조망은 없지만 닭목령에서 고루포기산에 다다르기까지는 무성한 졸참나무들 틈속에 간간히 우뚝 솟아 오른 장대하고 늠름한 금강 소나무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수십년에도 길게는 수백년까지 되어 보이는 이 멋진 소나무들은 사진으로는 도저히 그 기세를 담을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이 길을 오랜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거닐었는데 언제든 생각해보아도 소중한 기회일 수 밖에 없고 이런 길을 또 찾게 만든다. 50분 정도 지나니 안반데기를 감싸는 듯한 산둘레가 한눈에 들어왔다. 좌측으로 해서 정면에 보이는 고루포기산까지 가야 한다. 고루포기산 머리 주변에만 구름이 왔다 갔다 하는데 막상 그곳에 다다라 가보니 안개가 자욱해지고 약간은 몽환적 분위기도 났다.






좌측으로는 붉게 물든 자작나무 숲이 군데 군데 흰 나무줄기를 드러내며 멋드러지게 펼쳐져 있다.






유일하게 안개가 자욱했던 곳, 고루포기산 정상 직전.


바스락 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제법 크다.


정오에 고루포기산(1238.3m)에 도착했다. 정상 직전의 철탑에서 어느샌가 뒤에서 나타난 서너명의 등산객들이 간발의 차이로 우리보다 앞서 도달했는데 정상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마련된 벤치를 차지했다. 이들은 이른 새벽 4시경에 삽당령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고루포기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던 우리는 아쉽지만 조금 더 가서 먹기로 했다.






이 닭목령~대관령 구간은 의외로 등로와 쉼터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곳곳에 벤치가 있어 쉬기가 편하다. 10분 정도 지나니 벤치가 나왔다. 컵라면과 상범이 아내가 준비해 준 삼각김밥, 그리고 복분자를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 땀을 흘리고 난 뒤 먹을 때 기운이 나고 스트레스가 풀어지면서 이 맛에 산에 온다고 얘기를 하곤 했는데 이 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대관령면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이르렀다. 조망이 터지는 두 곳 중의 하나다(다른 한 곳은 능경봉). 이 후 가파른 하산길이 이어진다. 지자체에서 훼손된 길의 복원을 위해 울타리 등으로 막아 놓은 곳이 곳곳에 있었고 등로 정비를 최근에 해 둔 것으로 보아 관리를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듯 했다. 샘터라 명명된 곳에 이르렀는데 샘이나 흔적은 보지 못했다.








샘터에서 10분 정도 더 가면 영동고속도로의 대관령 제 1터널 바로 위를 지나게 된다. 이 곳을 지나 동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가면 바로 능경봉이다. 강원도 여행을 위해 즐겨 이용했던 영동고속도로 곁의 우뚝선 봉우리, 무심코 통과했던 터널의 위가 백두대간 산줄기였다는 사실이 나름 재미있게 느껴졌다.


능경봉을 향해.


나무들 틈 사이로 보이는 능경봉.


고루포기산에서 가파르게 내려온 만큼 이제 능경봉을 향해 꾸준히 올라야 한다. 대관령 제 1터널 위 기준으로 능경봉까지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능경봉(1123.2m)에 도착한 시각은 2시 54분. 능경봉에선 강릉시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능경봉에서 바라 본 강릉시. 능경봉에서 조망을 잠시 감상하고 대관령 하산길로 들어섰다. 능경봉에서 대관령으로의 하산은 40여분 정도가 소요됐다.




다음을 기약하며...


이동경로 : 닭목령-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이동거리 : 13.4km
소요시간 : 6시간 18분 15초
이동시간 : 4시간 44분 26초
휴식시간 : 1시간 33분 49초
평균속도 : 2.8km/h

201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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