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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장쾌한 덕유산 1박 2일 산행기(2) (2016-10-09~10-10)

김선호 2016.12.17 21:41 조회 수 : 96 추천:7



(1)편에 이어서...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나서 남은 고기로 김치찌개에 햇반을 말아서 먹고 짐을 꾸렸다. 고맙게도 천안에서 오신 부부가 남은 햇반 2개를 주셔서 좀 부족했던 점심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나는 점심 무렵에 하산해서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대피소에서 육십령까지는 7~8시간을 잡는다고 하니 우리의 느릿한 이동속도를 감안하면 점심은 반드시 산에서 해결해야 했다. 어머니는 완전히 몸 상태가 회복이 되었다고 말했다. 덕유산의 기운이 온 몸에 스며든 덕이 아닐까.

붉게 타오르는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삿갓봉을 향해 올랐다. 오전 6시 20분. 해뜨기 직전의 붉게 물든 하늘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대피소부터 곧바로 오르막을 좀 가파르게 올라서야 한다.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하셨다. 스틱을 사용하면 편하다면서도 이내 익숙치 않다면서 스틱을 사용하기 꺼려하셨다. 출발 10분 만에 휴식을 취했다. 어머니는 또 사과 하나를 깎았다. 이 때 놀란 게 어제까지 쉴 때 마다 사과를 하나씩 깎아서 나눠 먹었는데 아직까지 먹을 사과가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어머니는 웃으셨다. 잠깐 쉴 때 한조각 베어 먹는 사과의 힘이 얼마나 컸던지 모른다. 9개의 사과와 2개의 배를 준비했다는 것을 이 때 알았는데 마지막 쉴 때까지 마지막 남은 배를 먹었을 때는정말 어머니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더구나 무게도 만만찮은 사과와 배를 짊어지고…

삿갓봉 목전에 삿갓봉을 오르는 길과 그냥 지나치는 길로 나뉘는데 아버지가 많이 힘드셨는지 그냥 패스하자고 했다. 조금 지나니 다시 삿갓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다시 만난다. 봉우리를 끼고 삼각형 길이다. 삿갓봉 하산길에 앞서 출발했던 천안에서 온 부부를 다시 만났다. 아주머니는 오늘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자며 웃었다. 하지만 그게 속도가 매우 빨랐던 그들과의 마지막 대화였고 우리는 나중에 남덕유산에 오르기 직전에 정상에 선 개미만한 그들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쯤에서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새로운 부부 한쌍을 만났는데 부인이 남자에 비해 훨씬 어려보였다. 이 분들은 빼재에서 올라왔다고 하며 목적지는 마찬가지로 육십령이었다. 아마도 백두대간 길을 가는 분들로 추정이 된다.
 

남덕유산과 서봉이 아침해의 사광을 받으며 환하게 빛난다. 남서쪽으로 남하를 하니왼쪽의 등뒤에 햇살을 받으며 나아가게 된다. 천안 부부의 마지막 모습.












아침햇살에 빛나는 월성계곡 쪽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월성재를 지났다.




월성재를 지나 다시 오르고 오른다. 다시 휴식을 취하며 사과 한조각을 먹었다.


다시 진군한다.




지나 온 삿갓봉을 바라보며.








남덕유산이 더욱 다가왔다. 이곳에서의 바람은 매우 찼다. 서둘러 나아갔다.




다시 사과 하나를 먹으며 쉬었다. 




사광에 남덕유의 근육질이 선명히 보인다.




드디어 남덕유산이 목전이다. 여기서 0.3Km를 올라가면 남덕유산 정상이다. 삿갓봉에서와 마찬가지로 남덕유산 정상을 패스하고 육십령으로 갈 수도 있다. 아버지는 지친 게 분명했다. 남덕유산의 경치는 향적봉보다 낫다고 거듭 강조해 왔는데 막상 목전에 다다르니 “그냥 육십령으로 가지 뭐” 라고 나즈막히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여기까지 왔으니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보고 가자고 하니, 그래도 그게 맞다는 듯한 표정으로 수긍을 하셨다. 가파른 상승구간이라 힘들었다. 


드디어 남덕유산(1507m)에 올랐다. 그야말로 장쾌한 풍광이다.


지리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지리산 방향에서 좀 왼쪽으로 돌아보면 월성봉, 기백산, 금원산 줄기가 보인다.


지나온 길. 멀리 출발점인 설천봉까지 다 보인다.


지나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시원하다.






육십령 하산길.




이제 다시 하산이다. 앞에 보이는 서봉을 향해.남덕유산에 조금 내려가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바로 지나온 삿갓재 방향과 좌측의 서봉 방향이다. 이정표에는서봉 방향 팻말이 없어서 누군가 이정표 기둥에 서봉 글자와 화살표를 새겨 놓았다. 서봉으로 향하는 남덕유산의 하산길은 아주 가파랐다.










서봉도 가파른 구간이지만 색다른 느낌을 줬다. 기암들이 많고 보다 씩씩한 기세를 갖고 있다. 


마지막 가파른 사다리를 오르면 드 넓은 서봉 헬기장이 나오고 조금 더 앞으로 가면 서봉의 정상이다. 항상 리드를 해 오셨던 어머니는 계단을 세어 봤다며 136계단이라고 했다. 


계단 끄트머리에 올라서서 바라 본 지리산.




서봉 헬기장에서 바라 본 지리산. 지리산을 자꾸 바라보게 된다. 빼재에서 오셨다는 부부가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같은 무렵에 서봉을 하산했는데 앞서 가시고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서봉에서 육십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바로 앞에 보인다.


앞에 우뚝 솟은 바위 무리가 서봉의 정상이다. 


우측 봉우리가 남덕유산, 왼쪽 내려 앉은 곳이 월성재다.


설천봉, 향적봉, 무룡산, 삿갓봉, 월성재 지나온 루트가 한눈에 보인다.




오전 10시 45분. 서봉 정상(1492m)에서.


서봉에서 보는 지리산.


서봉에서 보는 남덕유산, 서봉의 헬기장.




하산길이 까마득하다. 


다시 뒤돌아 본 우측의 남덕유산과 좌측의 서봉. 이제 하산이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뒤로 보이는 서봉.
11시 반 경 점심을 먹었다. 이때 처음으로 반대편인 육십령쪽에서 올라오는 한 그룹을 만났다.
 





갑자기 가파른 오르막으로 바뀌면서 밧줄 구간이 나온다. 이후 할미봉까지의 길은 너무도 험난했다. 앉은채로 발을 한발씩 내디뎌야 할 정도로 가파랐고 밧줄 잡고 오르고 내려야 하는 구간이 계속 반복됐다.
 

배낭을 매고는 지나가지 못할 좁은 바위틈새길도 나온다. 


바위틈새길을 지나 바위 위에 올라서 바라본 서봉과 남덕유산. 암석들을 앞에 두고보는 서봉과 남덕유산은 보기가 좋았는데 누군지 몰라도 센스 없게도 암석들 사이에 이정표를 말뚝 박아 놓듯이 꽂아 놓은 게 참 보기 싫었다.






이 후 이런 능선길이 지리하게 이어지는데 작은 오르막 내리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능선의좌우로는 지척에 마을이 보이지만 능선 높이는 900미터 이상이었다. 이 능선에서 반대편에서 혼자서 오는 어떤 남자분을 마주했는데 맨 앞에서 진군했던 내가 제법 큰소리로 인사를 했는데 흘낏 쳐다만 보고 대꾸 없이 그냥 지나쳤다. 뒤이어 오던 동생, 어머니, 아버지가 차례로 인사를 하는데 여전히 대꾸도 없이 그냥 지나친다. 참 특이한 분이었다.


오후 1시 56분. 지칠대로 지쳤고 할미봉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사과를 먹었다. 물 한모금 정도와 배 하나가 남았을 뿐이다. 원래 여유있게 4시경 서대전에서 출발하는 KTX를 예매할까 했었는데 혹시 몰라서 관두었는데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할미봉인 줄 알았는데 또 내려가고 다시 올라야 한다. 서봉과 남덕유산이 시원하게 보인다. 모두들 심신이 극도로 지쳐가는 걸 아는지 하늘이 어느새 흐릿해졌다. 할미봉을 향해 나아간다. 오후 2시가 좀 넘어서 다시 3명의 산객들을 만났는데 목적지가 삿갓재 대피소라고 한다. 1시간 반 전에 육십령에서 올랐다고 하니 시간상으로 보자면 그리 빠른 행보는 아닌 것 같은데 삿갓재 대피소까지 가는 거라니… 우리가 좀 천천히 많이 쉬면서 오긴 했지만 할미봉까지 8시간 정도 걸린 걸 감안하면 그들은 속보를 해야 한다. 무사히 도착했기를 바라며...








할미봉에 오르기 직전의 길은 이번 종주의 최악의 험로였다. 불안해 보이는 나무사다리가 걸쳐 있고 매끈해 보이는 바위 경사도는 매우 컸고 밧줄도 낡고 낡아서 썪은 동아줄을 붙잡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할미봉(1026m)에 올랐다. 왜 할미봉일까. 험난한 할미봉에 오르면서 절로 튀어 나오는 욕을 하지 못하도록 어르신의 이름을 붙인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까지 왜 이렇게 힘이 들던지. 할미봉에서 배 반쪽을 나눠 먹고 육십령을 향해 힘을 냈다. 할미봉에서 마지막으로 두 명을 만났는데 인근 마을에서 올라오신 분들이었다. 이 후 내리막은 쉬우니 걱정말라며…할미봉에서 하산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등산객들은 거짓말쟁이라더니 엄청 힘들구나”라고 하시며 깔깔 웃었다. 맞다. 결코 쉽지 않았다. 마지막 하산길이어서인지 몰라도 가파르고 지리하고 힘들었다.

10여분 지나 마지막 남은 배 반쪽과 한모금의 물을 마시고 육십령으로 하산했다. 오후 3시 50분 경 드디어 설육 종주의 마침표를 찍었다. 육십령에서 무주리조트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차량 회수를 하고 대전으로 돌아와 뜨끈한 갈비탕을 먹고 6시 32분 KTX를 타고 올라왔다.

부모님은 힘들었다면서도 너무도 뿌듯해 하셨다. 죽는 날까지 이러한 큰 산을 종주하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할 수 있다니, 스스로 대견하다고 하셨다. 죽는 날까지 뚜렷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하셨다.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부모님과 함께 한 덕유산 기행을 부랴부랴 마치며…(2016-10-13)



설육(설천봉~육십령) 종주 경로 : 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동엽령-무룡산-삿갓재대피소-삿갓봉-월성재-남덕유산-서봉-할미봉-육십령
총 이동거리 : 23.3Km
총 소요시간 : 29시간 29분(이동시간 11시간 45분, 숙박 및 휴식시간 17시간 44분)
산행 날짜 : 2016년 10월 09일~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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