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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장쾌한 덕유산 1박 2일 산행기(1) (2016-10-09~10-10)

김선호 2016.12.17 21:02 조회 수 : 86 추천:5



덕유산에 다녀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덕유산에 오른 건 이번이 세번째다. 2005년 12월 31일에 회사 동료들과 백련사 쪽으로 향적봉에 오른 적이 있었다.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12년 전이라니… 힘들게 올라오고 나서 곤도라를 타면 향적봉 바로 밑까지 오를 수 있다더라 라는 얘기를 나누며 그건 말도 안된다고 씩씩대던 게 어렴풋이 생각 난다. 그리고 2008년 여름에 부모님과 곤도라를 타고 향적봉을 다녀왔었다.

이후로 이번이 세번째인데 나름 특별한 산행이 되었다. 바로 일흔 아홉, 일흔 둘의 노부모님, 그리고 동생과 같이 덕유산 종주를 했기 때문이다. 또 부모님과 함께 이 산행을 마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1년중 등산하기에 가장 쾌적한 10월이 다가오자 뭔가 짜릿한 산행이 절실했는데, 마침 한글날이 일요일인 관계로 대체 휴일로 월요일에 회사가 휴무라 10월 9일, 10일 일요일 월요일에 덕유산 종주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월요일이 끼어 있어 친구들의 반응은 시큰둥 했다. 덕분에 부모님과 다녀올 수 있었고 결론적으로 다시는 맛보지 못할 소중하고 멋진 여행이었다. 9월 27일, 처음에 어머니께 1박 2일 덕유산 종주를 조심스레 제안을 했을 때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넘쳐 흘렀다. 그리곤 어머니는 아버지께 어떠냐는 질문을 했는데 수화기 너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덕유산, 수도 없이 했었는데 뭐.. 일도 아니지!” 아들의 제안에 내심 기뻐하시는 게 역력했다.

종주를 하고 돌이켜 보니 내 욕심이 앞섰던 게 분명하다. 처음에 난 소위 말하는 육구종주, 육십령에서 구천동까지 30여키로미터를 생각했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젊은 날, 교통편도 안 좋고 토요일도 휴일이 아닌 그 시절에 전국의 산을 다니셨고 그 중에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덕유산은 ‘걸핏’하면 갔었다고 하는데 육십령으로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좋은 기회라고 하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듯 했다. 특히 아버지는 은퇴 후에는 등산을 전성기처럼 하지 않았고 작년 여름에 대전의 식장산에 같이 올랐을 때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음을 절감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영각사에서 험난하게 올랐던 기억이 각인이 되었는지 걱정을 많이 하셨다.

이틀 후 이른 아침 출근하려는데 어머니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얘야, 아무래도 이번에 덕유산 못 가겠다. 아버지가 어제 연습삼아 식장산에 갔는데 중간에 힘들어서 되돌아 오셨다.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아버지가 너한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 오늘도 또 식장산에 가셨다”
한 이틀 기대에 부풀었다가 많이 실망하신 듯 하다. 너무 내 욕심으로 밀어 부치 듯 코스를 잡은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라면 큰 무리는 아닐거 라는 게 판단 미스였던 모양이다. 부모님과 함께 하면서 절대 무리한 산행은 할 수 없었다. 포기를 했는데 출근해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오늘도 배낭을 매고 식장산에 가셨다고 하니 이 산행을 포기한다면 더욱 큰 실망을 안겨드릴 것 같았다. 그래서 어머니께 곤도라를 이용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좋은 방법이라고 하면서 아버지 오시면 상의해서 다시 일러주겠다고 하셨다. 그 날 저녁 아버지는 들 뜬 목소리로 오케이라고 다시 한 번 확답을 주셨다.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은 식장산 등반에 성공했다고 덧붙이면서…

아무리 젊었을 때 등산매니아였다 하더라도 부모님의 나이를 고려해서 첫째 날 설천봉에서 삿갓재대피소 11킬로미터, 그리고 1박 후 곧바로 3.3킬로미터 정도의 황점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생각했는데 황점은 너무 멀어서 버스타고 돌아오기가 힘들고 둘째 날의 일정이 나에게는 너무 시시할 수 있다며 아버지께서 반대하셨다. 아버지는 대신에 삿갓재대피소에서 원통사로 내려가서 안성으로 가면 된다고 하셨다. 예전에 그리로 많이 다니셨다며… 지도를 보니 삿갓재에서 원통사로 가는 길은 없었다. 그래서 그리로 가려면 동업령으로 되돌아 가서 내려가야 한다고 했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느니, 그럼 힘들더라도 육십령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서 육십령까지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육구(육십령~구천동) 종주가 아니라 설육(설천봉~육십령) 종주로 결정된 셈이다. 산행 1주일 전 아버지 생신 모임을 통해 우리는 보다 세부적인 조율을 마쳤다.

그리고 아버지는 추가로 동생에게 동행을 제안했는데 이제 5학년, 중학교 1학년인 조카들 챙기는 게 걱정되어 머뭇거리던 선경이는 강력한 아버지의 권유로 두 말없이 오케이했다. 선경이는 평소에 등산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산행의 기회를 얻기가 그리 쉽진 않았던 차에 이 번 덕유산 종주는 내심 좋은 기회로 다가온 것 같았다.

10월 8일 토요일 저녁에 기차를 타고 대전에 내려갔다. 어머니가 반기는데 낯 빛이 밝지가 않다. 엊그제부터 설사병으로 고열에 이틀간 몸져 누워 계셨단다. 그래서 부득이 산행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께서 절대로 나에게 포기 전화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단다. 아들이 공들여(?) 섬세히 기획했는데 김빠지게 한다면서… 어머니는 걱정 말라며 나아지고 있는 중이라면서 내일 아침 컨디션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안 계셨는데, 형수가 주말 출장이 잡혔고 마찬가지로 주말에도 바쁜 형 때문에, 4학년으로 아직 어린 조카를 봐주러 형네 집으로 점심 무렵에 부랴부랴 서울로 가셨단다.. 그리고 산행 당일인 일요일 새벽차를 타고 다시 내려온단다.

아,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어머니는 이미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점심용으로 김밥 여덟 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몸상태는 좀 더 나아진 듯 했다. 이른 아침 아버지가 용산역발 6시 20분 KTX를 타고 오셨고 준비물을 나름대로 최소화했는데도 짐이 한가득이다. 나는 기본적인 등산장비에 물/음료, 삼겹살, 술, 간단한 간식거리를 생각했고 그리 일러두었지만 역시 어머니는 오랜 경험으로 생각한 것 보다 먹을 것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 했다. 결국 우리가 가져가는 먹거리는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다.

예상보다 15분 정도 늦은 오전 8시 15분에 집을 나섰다. 중간에 동생을 픽업해서 무주리조트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9시 40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크게 붐비진 않았다. 10시 곤도라 탑승권을 예약했는데 방문객 수로 보자면 현장 발매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주말인 경우 곤도라 탑승은 사전 예약이 필수라고 한다.

생각보다 먹거리 짐이 많아서인지 가져온 스틱이 거추장스럽다며 놓고 가신단다. 나로선 산행 필수 아이템인 지팡이, 무릎보호대 등이 거추장스럽고 익숙치 않은 장비라며 극구 사양을 하시는 부모님의 반응에 좀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으나 어쩔 수 없다. 평생을 그런 것 없이 다니셨으니…

우리는 짐을 줄이기 위해 곤도라 안에서 송편떡을 다 먹어치웠다. 설천봉에는 단숨에 도착했다. 곤도라 이동 거리로는 약 6Km 정도다. 라면을 깜박 잊고 놓고 와서 설천봉에 있는 매점에서 사려고 보니 아쉽게도 육개장 컵라면만 하나에 2500원씩 팔고 있었다. 4개를 사서 배낭에 넣으려니 배낭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오전 10시 24분. 드디어 시작이다.

설천봉. 날씨는 끝내주게 좋았다. 비가 온 직후라 그런지 발을 디딜 때 먼지같은 것도 일어나지 않았고 가시거리는 마치 무한대처럼 느껴졌다. 다만 1500미터 이상의 고지에 오르니 기온이 정말 찼다. 향적봉으로 가는 계단에 몇 발자욱 올라보니 밤새 얼어 붙었던 게 이제 녹아 내리는 듯했다.


향적봉에서. 곤도라 하차 후 600 미터정도 남쪽 등로를 따라 가면 덕유산의 최고봉 향적봉(1614m)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봉우리 올라 경치 감상, 기념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구천동 방향.






얼마나 쾌청하든지 저 멀리 지리산이 또렷이 보였다. 가운데 가장 멀리 보이는산이 지리산 능선이다. 좌측의 천왕봉부터 반야봉 노고단까지. 워밍업으로쌀쌀한 정상의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지만 어머니가 사과를 하나 깎는 동안 열이 금방 식어 하드쉘을 꺼내 입어야 할 정도로 바람이 찼다. 

이제 본격적으로 남하다. 지리산이 너무 눈앞에 선명해서 좀 과장하자면 손을 뻗으면닿을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저 멋진 지리산을 향해 남하한다. 향적봉에사람들은 드글댔지만 남하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머니는 신이 나서 만세를 불렀다. 어제 저녁까지 시름시름했던 게 믿겨지지 않았다. 덕유산의 맑은 기가스며드는 것으로 난 믿었다.


향적봉에서 조금 내려가면 향적봉 대피소다. 이곳은 전날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멋드러진 주목. 남쪽에서 찍음.




지나온 향적봉을 바라보며






오전 11시 20분. 중봉에 도착했다. 장쾌한 덕유평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덕유산 주능선과 그 너머 지리산까지. 그야말로 호탕하고 가슴이 뻥뚫리는 듯한 풍광이다. 아버지는 “장쾌하구나!” 연발했다. 어머니는 또 사과 하나를 깎는다.










가슴 벅찬 덕유평전을 지난다. 중봉에서 멋드러진 풍광을 감상하는 사이 몇 명의무리들이 왔는데 이 후로는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이 넓은 곳에 우리 가족 뿐이다.


지나온 중봉을 뒤로 하고.








계속 진군이다.






길 옆에 바위가 우뚝 솟아 간단히 휴식하기 좋은 자리가 있어 다시 지나온 길을 봤다. 어머니는 배를 깎았다. 이 부근에서 남하하는 3명의 청년들을 봤는데 그들도 삿갓재 대피소가 목적지였다. 이 후 이들과 대피소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 경상도에서 온 분들로 기억하는데 반바지 차림에 약간은 힘들어 하는 듯 보였다.

11시 50분. 백암봉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있었던 부부로 보이는 남녀 한쌍이있었고 반대쪽에서 오던 한 그룹과 마주했다. 그들은 육십령에서 온다고 했는데 새벽 2시 30분에 출발했다고 한다. 지금 따지고 보니 9시간 20분째 산행을 한 것인데 육십령에서 백암봉까지 거리가 20.6Km다. 잠시 서서 말을 꺼낸 김에 가족사진을 한장 부탁했더니 사진 찍어 줄 여유가 없다면서 매몰차게 뒤돌아 가버렸다. 그들의 산행 시간을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후 1시 32분, 동엽령을 지나며... 




오후 2시 25분. 가림봉을 앞두고 쉬었다. 어머니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오늘이 결혼한지 47주년되는 날이다. 1969년에 했으니.” 아, 그러고보니 한글날이 결혼기념일이라고 했던 게 어렴풋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그런가? 라고 하셨다. 평소에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안해왔는데 오늘의 산행은 기가 막힌 47주년 결혼 기념 행사가 된 셈이다. 이사진은 두 분의 47주년 결혼기념 사진이 되겠다.


주목 사이로 새파란 하늘에 떠오른 달이 인상적이다.


오후 2시 43분. 가림봉에서.


















무룡산을 향해 나아간다.




오후 3시 48분. 무룡산에 도착했다. 곧이어 부부 한 쌍이 올라왔는데 우리보다 1시간 늦게 곤도라를 타고 오셨단다. 천안에서 대전까지 버스를 타고 운좋게도 무주리조트에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왔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처녀 때부터 산을 좋아해서 전국의 많은 산을 다녔다고 한다. 상냥하고붙임성이 좋은 분으로 기억된다. 가족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한장 찍어주셨다.


무룡산에서 바라본 삿갓봉. 우리가 갈 방향이다. 천안에서온 부부가 먼저 출발을 하고 좀 있으니 앞서 만났던 젊은 청년 3명이 올라왔다. 이들은 상당히 지친 듯 보였다. 아버지가 웃으면서 먼저 간 부부보다는더 잘 가야 할 거 아니냐고 농을 던졌다. 청년들은 웃으면서 산을 안타봐서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고 말했다.
 

다시 출발이다.










무룡산에서 삿갓재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다시 탁 트인 시원한 곳이 나온다.






삿갓재를 향해 나아갔다. 능선을 타고 약간 우측으로 꺾어지는데 이 때 앞으로는오똑 솟은 삿갓봉과 뒤로 남덕유산, 서봉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여전히 뚜렷한 지리산이 보인다.




삿갓재를 향해 진군.


진행방향의 좌측으로 멀리 보이는 지리산.






펜스가 설치된 트레일을 내려서서 바라 본 지리산.




오후 5시 5분. 삿갓재 대피소에 도착했다. 야외 테이블에서 잠깐 쉬기에도 기온이 매우 찼다. 대피소 직원이 저녁 식사는 야외보다는 뒤쪽의 취사장을 이용하길 권했다. 추워서 사실상 야외에서 음식을 해먹기는 실로 힘들어 보였다. 삼겹살에 소곡주를 거나하게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피곤에 찌든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는 술과 고기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삿갓재 대피소의 숙소 구조는 복층인데 1층엔2층으로 된 목침대, 2층엔 여느 대피소와 같이 칸막이로 구분된 바닥이다. 방안의 온도는 나에게 너무 더워서 난 거실에서 이불도 없이 옷 하나 덮고 잤다. 거실로 나가 보니 이미 어떤 한 분도 더웠는지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

(2)편에서 계속

2016-10-0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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