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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충주호 낚시

김선호 2003.11.04 16:39 조회 수 : 1526 추천:124

[2003년 9월 20일 ~ 21일]

주말이 되면 어떤 건 수(?)가 있을까 같이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친구들 무리중에 서른이 넘어 30대 중반으로 치닫는 총각은 나와 기영이다. 늙은 총각들은 주말에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한다. 기영이가 낚시하러 가잔다. 낚시는 평소 나의 일상과는 다른 새로운 일이었으므로 나름대로 설레였다.

늘 놀고 싶지만 임신한 마누라 덕(?)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승탁이와 기영이가 충주댐 낚시 일정을 잡았고 나는 거기에 합류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형님들과 간간히 낚시를 간다는 기영이가 내 낚시대까지 가져오기로 하였다. 토요일 오후 퇴근과 동시에 부랴부랴 강남터미널로 달려가 충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충주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영이와 승탁이와 합류하였다.

낚시라...
어릴적 동네 아이들과 개울가에서 그물채로 송사리를 잡던 기억과 가족들과 아버지 친구분들과 강가인가에 놀러가 어항으로 붕어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었던 기억이 물고기를 잡은 기억의 전부다. 그야말로 난생 처음 낚시대를 잡아보게 되었다.


Fig. 1 - 충주댐 상류쪽에 미리 예약한 낚시터에 이르자 보트로 우리를 좌대로 안내해 주었다. 좌대에서 바라본 충주호의 전경은 환상 그 자체였다.

우리는 식료품과 떡밥, 지렁이를 사가지고 충주댐 상류쪽으로 거슬러 향했다. 미리 예약한 낚시터에 다다르자 보우트로 우리를 좌대로 안내하였다. 좌대에서 바라본 충주호의 전경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인적 드문 조용한 아름다운 풍경. 좌대에 안착을 하고 낚시터를 설치하고 충주호의 풍경에 빠져 있는 사이 날은 저물어 빛이라곤 저 멀리 떨어진 다른 좌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하늘의 별빛이 전부였다. 나는 가운데 앉아 승탁이와 기영이가 떡밥을 갈아주고 간간히 지렁이로 미끼를 바꿔주는 것을 보며 그저 따라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내 그러한 행동들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낚시대를 드리우면 곧바로 물고기가 덥석 물지 않을까 했지만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러면 이럴땐 어떡해야 하는가?
그렇다. 고기를 굽고 소주를 따야 했다. 가끔 물속에서 뛰어 오르는 큼직한 물고기들의 소리를 들으며 소주 한잔 들이키는 그 맛은 죽음이었다. 약간 모자란 듯한 고기와 소주, 기영이와 나는 낚시는 낚시대가 하는 것이고 소주 한 잔 더 하자고 꼬득였으나 승탁이는 꿋꿋하게 월척을 원하고 있었다.


Fig. 2 - 좌대에서 우리가 맨처음 한 일은 낚시대 풀고 바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었다. 머리에는 광부들이 쓰는 것 같은 전등 모자를 쓰고서...


Fig. 3 - 삼겹살 먹느라 정신없이 움직여야 했다. 불빛이 참 사이킥해 더 정신없이...

그러면 이럴땐 어떡해야 하는가?
그렇다. 기영이와 나는 천막안에서 잠을 자고 승탁이는 낚시를 하면 된다. 그렇게 했다. 간간히 추위에 눈을 뜨긴 했는데 달콤한 잠을 잔 것 같았다. 이른 아침에 눈을 뜨니 충주호의 또 다른 모습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마치 신선이 노니는 곳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꾸준히 참고 기다린 승탁이에게 충주호의 신령은 뚝지 몇마리와 끌이 한마리를 주셨고 초반엔 열의를 보이다가 이내 술먹고 뻗은 기영이에겐 뚝지 한마리를, 낚시 바늘에 아무런 미끼도 떡밥도 꿰지 않고 낚시대를 드리운 나에겐 지푸라기를 주셨다. 하핫
충주호 낚시...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곳이었다.


Fig. 4 - 물안개 피는 이른 아침에 본격적인 낚시질이 시작되지.


Fig. 5 - 아침에는 늘 진지해지지. 딱 3분간만...


Fig. 6 - 승탁이가 꾸역 꾸역 잡는 것에 자극을 받은 기영이가 3분간 진지해진 끝에 잡은 빠가사리...


Fig. 7 - 물안개가 걷히기 전에 이미 태양은 떠오르고... 낚시질은 계속되고...


Fig. 8 - 이 날 최고의 월척.. 끄리(?), 승탁이가 잡은 월척.


Fig. 9 - 난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왜냐? 밤에는 자고.. 떡밥 한 번 갈아주지 않았고 지렁이는 물고기들이 다 뜯어 먹도록 몰랐으니까!!! ㅡ,.ㅡ;;
* atrocit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1-2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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