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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5박 6일의 일정으로 개인 휴가를 내고 강원도에 다녀왔다. 혼자 여행을 가는 건 좀처럼 하지 않는데 이번에 큰 마음 먹고 실행하는 만큼 나름 알차게 일정을 준비했다. 강원도 여행 루트는 다음과 같았다.

 

2017-09-05 : 델피노골프앤리조트 숙박

2017-09-06 : 울산바위 / 방태산자연휴양림 야영

2017-09-07 : 방태산 숲체험 / 삼척쏠비치 호텔 숙박

2017-09-08 :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 민박촌 숙박

2017-09-09 : 삼척항 / 장호항 / 검봉산자연휴양림 야영

2017-09-10 : 두타산 무릉계곡

 

오후에 델피노 리조트에 도착해서 쉬고 다음날 아침에 공사 소음에 쫓기듯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설악동으로 향했다. 날은 흐릿해서 산행하기에는 꽤 괜찮았다. 울산바위 등반은 가족과 함께 한 후로 2년만이다. 평일이라 한산했지만 의외로 서양 외국인들이 꽤 많이 보였다. 외국인 커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올랐고 정상에서는 바나나도 나눠 먹었다. 그들이 무심코 셔터를 눌러댈 때 참견하 듯 간단한 설명을 해주니 좋아했다. 예를 들어 흔들바위의 이름에 대해서 얘길 해주니 둘이서 바위를 밀어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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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조망대에서 바라 본 대청, 중청, 소청봉과 그 앞의 공룡능선, 황철봉까지 이어지는 설악의 라인이 한동안 눈을 사로 잡는다.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초등학생이 힘겨이 올라가기에 학교에 안가고 어떻게 왔냐고 물으니 현장체험학습 신청을 해서 부모님과 같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지금 이순간 학교에서 수업받고 있는 애들이 부럽단다. 꼭대기에 가면 오길 잘했다라고 생각하게 될거라고 해주었다. 드디어 바위꼭대기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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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가슴이 탁 트인다. 바위뒤로 황철봉, 가려져서 안보이는 미시령, 이어서 상봉,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보인다. 2년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는데 바로 비좁은 정상위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사진 촬영하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뜬금없었던 태극기도 없어졌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잘된 일이다. 바나나 하나 먹고 하산했다. 소공원 까페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서 문득 생각해봤다. 매일 매일 등산이나 다니면서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어떨까 하는… 이내 어린 자식들의 해맑은 얼굴이 머리속에 들이닥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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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자연휴양림 야영장으로 이동했다. 양양의 하나로마트에 들러서 과일과 음료수, 그리고 간단히 챙겨먹을 음식 몇가지만 사서 방태산 휴양림으로 향했다. 양양에서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우측 한계령 방향과 좌측 조침령 방향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향한다. 5년전 친구들과 아침가리계곡 트레킹을 하면서 묶었던 펜션이 그대로 있어서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이 도로에 들어서면 첩첩 산중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굽이굽이 조침령을 지나 진동리 아침가리계곡 초입을 지나고 방동리 마을로 좌회전을 하면 방태산 휴양림에 이른다. 매표소에서 약 2km 비포장길을 지나야 야영장이 나온다. 아내와 아이들과는 마찬가지로 2년여전 봄에 온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크게 변한점은 없었다. 2야영장의 데크 배치가 약간 바뀐 정도…

 

아쉽게도 양양 즈음부터 비가 후두둑 떨어지더니 야영장에 도착해서도 계속 내렸다. 비를 맞으며 서둘러 설영을 하고 나니 비가 그쳤다. 수요일인데 야영을 하는 사람이 꽤 되었다. 1야영장에는 계곡가에 5개의 데크가 있는데 나와 비슷한 시간에 텐트를 치고 있었던 다른 한 명 이렇게 둘만 오붓하게 있었다. 물론 실제로 둘이서 오붓하게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이 너무 없어도 으시시할 수 있는데 아마도 서로 나 혼자 있는 건 아니어서 안심이 되는 정도의 분위기가 되었다. 숲내음을 맡으며 숲의 공기를 마시며 계곡물소리와 음악을 들으며 의 자에 앉아서  주섬주섬 먹으니 신선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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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잠이 깼는데 컨디션이 짱짱한 느낌이 들었다. 두부를 물에 끓여서 김치와 함께 간단히 아침으로 요기를 하고 등산로를 따라 방태산 숲 산책로를 다녀왔다. 날씨도 좋아져서 해가 들기 시작했다. 야영장에서 이정표를 따라 갈림길에서 매봉령 방향이든 주억봉 방향이든 진행하다가 이정표를 따라 돌아오면 된다. 약 전체 3km 정도의 숲길로 원시림이 우거진 1시간 정도의 기분 좋은 길이다. 2년전에도 지금도 같은 숲속 느낌이었지만 가족과 함께였다는 것과 홀로 거니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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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휴양림에서는 나가는 시간까지 있다가 철수했다. 옆에 있던 분은 아마도 2박 이상인 모양이다. 12시까지 철수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파킹해 놓은 차를 후진하다가 그만 나무에 사이드 미러를 박살내시고 헛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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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삼척 쏠비치로 향한다. 평일인데도 꽤 많은 관광객들이 주차장을 매우고 있었다. 특히 중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호텔 객실에서 본 증산해변이 참 멋졌다. 체크인 후 주변에 있는 추암해변, 이사부사자공원, 촛대바위를 둘러보고 돌아왔다. 해질녘의 태백산이 또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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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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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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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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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쏠비치 호텔에서 본 해가 지는 풍경. 태백산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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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쏠비치 호텔 객실에서 본 일출

 

아침식사 후 체크아웃을 하고 태백산으로 향했다. 태백산 민박촌을 숙소로 해 놓았는데 가성비 측면에서 본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다. 오래된 빌라같은 구조에 원룸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3만원이다. 침대방을 선택했는데 방하나에 TV, 좌식 테이블, 침대, 작은 식탁, 의자 2개, 화장실, 냉장고와 가스레인지가 있는 부엌 이렇게 되어 있었다.

석탄박물관이 있는 당골광장까지 가면 등로가 보인다. 당골계곡을 따라 천제단을 향해 갔다. 완만한 계곡길에 산책 코스로도 그만이다. 좌측 문수봉, 우측 천제단 갈림길이 나오는 곳까지는 완만한 산책로 수준이고 이 후 급격히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잣나무 숲이 나오고 반재에 이른다. 꾸준히 오르면 어느 덧 망경사 절이 나오고 몇 백미터 더 힘을 내면 천제단 정상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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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경사에서 바라 본 문수봉. 국립공원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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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단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참선중인 어떤 사람.

 

당골에서 천제단까지 1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날씨는 쾌청한데 태백산 정상은 한가롭기만 하다. 올라와서 보니 웬 도를 닦는 사람인지 딱 한 명이 뙤약볕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미동도 하지 않은채 앉아 있었다. 주변 산세를 보며 감탄해 마지 않는데 누군가 옆에 다가와 서 있었다. 젊은 외국인 남자가 서 있다. 혼자 왔냐니까 혼자 왔단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니까 스위스란다. 금요일 한낮에 태백산에 홀로 온 스위스 젊은이. 한국에 와 본적 있냐니까 처음이라고 한다. 평일에 한국 방문이 처음인 스위스인이 태백산 정상에 서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고 했더니 그의 설명은 이랬다.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데 유럽에서 기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온 후 북한은 갈 수 없고 한국에 와서 영동선을 타고 계속 기차여행 중이라고 했다. 이 후 일본으로 간다고 한다. 태백산은 동해역에 내려서 가까운 국립공원을 찾아서 온 것 뿐이란다. 산을 좋아한다고 한다. 난 주제 넘게 한국의 산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해주면서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이 한국의 산악 구조 중 가장 중요한 백두대간의 한 지점이라고 얘기해주었다. 북한의 백두산부터 한국의 지리산까지 능선이 끊어지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 했다. 이 후 하산은 그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심심치 않게 내려올 수 있었다. 하산 후 그는 석탄박물관에 들러본다고 해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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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단 안쪽. 뙤약볕임에도 엄청난 날벌레들이 꽉차 있어 들어갔다 금새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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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단에서 바라 본 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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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단앞에서 지도를 살펴보고 있는 스위스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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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단 앞에서 스위스인이 찍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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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골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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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막고갈두 식당에서 바라본 매봉산.

 

저는 뒤늦은 점심을 위해 초막고갈두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두부요리를 좋아하는 터에 두부조림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위치도 태백시 백두대간로에 있는 것이 마음에 에 들었다. 백두대간에 해당하는 매봉산 옆에 위치해 있는 곳이고 북쪽으로 약 1.8km 정도 가면 바로 삼수령(피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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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민박촌에서.

 

식사 후 다시 태백산 민박촌으로 돌아왔는데 후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이런 민박촌까지 점령을 해버렸다. 이들은 이 후 밤새 목청이 떠나가라 떠들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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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상범이가 1박 2일간 합류를 하기로 해서 아침을 먹고 삼척 터미널로 마중을 갔다. 우리는 삼척항에서 점심으로 대게를 푸짐히 먹고(이왕 여행온 거… 팍팍 썼다)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장호항으로 갔다. 왜 독자적인 수식어를 지어내지 못하고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을 가져다가 쓰는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쨌든 쾌청한 날의 장호항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투명 카누, 스노쿨링,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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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봉산 자연휴양림 야영장에서.

 

검봉산 자연휴양림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별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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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인 9월 10일 일요일, 이른 아침 야영장을 빠져 나와 무릉계곡으로 향했다. 초입에 천하절경 무릉계곡이라는 간판이 기대감을 키워줬으나 천하절경까지는 아니고 꽤 괜찮다 정도였다. 주차장에서 쌍폭포, 용추폭포까지는 왕복 약 6.3km로 휴식시간까지 해서 약 2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한 정도로 괜찮은 산책길이다. 김홍도의 그림 배경이 되기도 한 곳이고 바위에 옛선비들의 이름 타각 흔적들이 즐비해 있는 와중에 어떤 작자인지 몰라도 한글로 김재순이란 이름을 뻔뻔히 새겨 놓았다.

5박 6일간의 강원도 여행을 마치며 돌아오는 길엔 빗방울도 한두방울 떨어지기도 했고 날이 흐려지더니 대기 상태도 썩 좋지는 않았다. 강릉 초당동에서 순두부찌개를 먹고 긴 여정을 마쳤다. 다음에 언제 이런 기회를 잡을지 모르겠지만 나름 소중한 체험을 하고 기분좋게 집으로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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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 쌍폭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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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 용추폭포

 

다음을 기약하며...

 

2017-09-0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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