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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99() 체르마트, 고르너그라트, 수네가 / 맑음

새벽에 눈을 떠 텐트 밖을 보니 어제저녁까지 산자락에 그득했던 구름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까만 하늘에 밝은 별들이 빼곡히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절로 탄성이 나오는 새벽녘의 하늘이었다. 그리고 마테호른에 대한 기대감이 극대화 되었다. 아내와 아이들도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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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랴부랴 서둘러 텐트를 철거했고 태쉬역으로 향했다. 서두른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그 동안 흐른 날씨 때문에 계획한대로 가지 못했던 이틀 일정으로 잡았던 체르마트의 두 곳(고르너그라트, 수네가)을 오늘 하루에 마치고 다음 이동 장소인 그린델발트까지 가야하기 때문이었고, 둘째, 이른 아침에 가면 색온도가 낮은 아침 햇살을 받은 마테호른이 황금색으로 보이는 이른바 황금호른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태쉬역에 주차를 하고 열차로 체르마트에 다시 왔다. 고르너그라트행 티케팅을 하면서 준비해간 쿠폰으로 무료컵라면 쿠폰을 표에 찍어주었는데 2장만 해주었다. 아이들은 하프 페어 카드로 인해 무료인지라 컵라면 쿠폰 적용이 안되는 모양이다. 물론 올라가서 컵라면을 먹은 것은 아이들이다. 표를 끊고 황금호른을 보기 위해 공원묘지 옆의 다리로 이동했다. 과연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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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출발 고르너그라트행 산악열차를 탔다. 산으로 올라가면서 보는 마테호른의 자태에 넋을 잃으며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댈 수 밖에 없었고 아내와 아이들도 감탄해마지 않았다. 핀델바흐Findelbach – 리펠알프Riffelalp – 리펠베르그Riffelberg – 로텐보덴Rotenboden 역을 거쳐 최종 고르너그라트역에 이르게 된다.

체르마트 지역이 마테호른의 동북쪽이라면 고르너그라트는 체르마트에서 남동쪽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고르너그라트 정상에서 마테호른을 보면 해를 등지고 서서 서쪽을 보면 눈부신 마테호른의 동쪽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반대편인 동남쪽에는 몬테로사Monte RosaGorner빙하를 품으며 우뚝 서 있다. 고르너그라트의 정상 전망대에서는 360도 파노라마로 몬테로사부터 마테호른까지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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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마테호른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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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너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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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호른에서 우측(즉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면 위와 같다. 좌측의 높게 솟은 봉우리는 Weisshorn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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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봉우리가 몬테로사 Monte Rosa의 두포우르슈피체 Dofourspitze(4634m). 아침에 고르너그라트에서 동쪽해를 등지고 마테호른을 감상할 수 있는데 해가 떠 있는 동남쪽을 보면 몬테로사의 최고봉이 눈앞에 보인다. 몬테로사산은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에 있는데 봉우리는 간발의 차로 스위스령에 속한다. 1855년 8월 1일, 스위스 산악인 기욤 앙리 뒤푸르가 처음으로 등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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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전망대에서 본 마테호른.

 

아침에 눈부신 태양광을 받은 알프스 파노라마를 360도 전망대에서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침 일찍이어서 사람들도 많지 않아 좋았다. 레스토랑에서 티켓에 새겨진 신라면 컵라면 무료 쿠폰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컵라면을 주고 아내와 나는 까페라떼를 마시며 그 순간을 즐겼다.

우리는 로텐보덴Rotenboden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마테호른 로고로 유명한 토블론 초콜렛을 실제 마테호른과 일치시킨 후 사진을 찍는 이른바 토블론 인증샷도 찍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본 어떤 커플이 재밌다며 자기들도 해보겠다면서 초콜렛을 빌려달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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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대라 수풀이 없으니 시계가 사방팔방으로 매우 좋은데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라면 더할나위없이 완벽하다. 이정표를 보지 않아도 될만큼 길은 쉽다. 기차길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이내 로텐보덴역 아래 그 유명한 리펠제Riffelsee 호수가 보인다. 이 호수의 마테호른 반영을 보는 게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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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자전거를 열차에 싣고 와 타는 사람들도 많았다. 산악 자전거인들의 천국이 따로 없을 듯 하다. 리펠제 호수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에는 흥분이 되어 호수앞까지 단걸음에 내달렸다. 리펠제 호수에서 바라 본 마테호른과 그 반영은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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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서로 이런 저런 포즈도 취해보고 많은 사진을 찍었다. 욕심같아서는 리펠베르그, 리펠알프까지 걸어서 내려가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과 아이들을 생각해서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고 로텐보덴에서 열차를 타고 내려 왔다.

 

다음은 수네가Sunnegga. 수네가는 푸니쿨라(급경사를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올라가는데 기차처럼 차량들이 연결되어 있다)를 타고 산을 관통해서 올라갈 수 있다. 푸니쿨라를 타고 수네가에서 내리면 마테호른 전망이 근사한 레스토랑이 바로 앞에 있다. 우리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마테호른을 보며 소시지와 감자전, 음료를 먹었다. 아내는 이 때의 여유로움과 풍경이 인상깊었다고 했다. 수네가 바로 아래쪽에는 라이제Leisee라는 작은 호수가 있다. 호수가로 가니 밧줄로 호수를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는 작은 뗏목이 있다. 아이들은 한참을 밧줄 뗏목을 타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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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따로 하루를 할애헤서 수네가 호수 하이킹을 계획했었는데 안 좋은 날씨 때문에 고르너그라트와 일정을 묶어서 시간상 하이킹은 포기를 했다. 원래는 블라우헤르트Blauherd까지 곤돌라를 타고 간 후 슈텔리제 호수까지 갔다오려는 것이었다.

Zermatt_Mts_Map3.jpg9월 7일(토), 9일(월) Zermatt 여행 이동 경로.

 

라이제 호수에서의 한가로운 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음 여정으로 향했다. 앞으로 34일간 그린델발트Grindelwald에 머물며 융프라우Jungfrau, 피르스트First, 쉴트호른Schilthorn을 둘러보고 하이킹도 할 예정이다. 체르마트에서 태쉬역으로 와서 태쉬역에 주차한 주차비를 결제한 후 주차티켓을 형철이에게 줬는데 그 짧은 순간에 그만 티켓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15.5스위스프랑을 한 번 더 결제할 수 밖에 없었는데 하필 신용카드 결제 통보 문자가 늦게 오는 바람에 이미 결제한 내역을 증명하지 못해 두 번 주차비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주차비로는 이상하게 1000원도 아까운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15.5프랑이면 거의 2만원 가까운 돈인데 오죽하겠는가. 나중에 그린델발트에 도착해서 트렁크 문을 열자 분실했던 주차티켓이 야속하게 놓여 있었다.

 

튠호수가를 따라 인터라켄을 지나 빌더스빌, 더 내려가면 엊그제 갔었던 라우터브루넨으로 가는데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그린델발트로 향한다. 그린델발트에 도착하자 전에 보지 못했던 웅장한 스케일의 산아래 마을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가 머무를 홀드리오 캠핑장Camping Holdrio은 중심가에서 꽤 꼬불꼬불 올라가 상당히 고지대였는데 해발고도가 약 1100m 정도 되었다. 캠핑장에서 본 그린델발트는 그야말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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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남쪽으로 아이거Eiger(3970m) 북벽North Face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고(아이거가 캠핑장보다 남쪽이니 우리가 보는 아이거는 북면이 된다) 왼쪽으로(남동쪽으로) 차례로 큰 산 2개가 이어져 있는데 각각 메텐베르그Mettenberg (3104m), 베테호른Wetterhorn(3692m)이다.

아이거 북벽을 보면서 저녁을 먹었는데 너무도 진한 감흥이 밀려왔다. 수년전 감명깊게 보았던 영화 노스페이스의 토니 쿠르츠와 안디 힌토슈터이서의 비극적인 등반 장소가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푸른 초원위에 텐트를 피칭하고 석양을 등지고 아이거 북벽 아래에 앉아 그린델발트를 바라보며 치즈에 맥주 한잔을 들이키는 그 순간이 이번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형철이와 현수는 최고의 캠핑장이라면 초원위에 누워서 데굴데굴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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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델발트에서의 첫 날밤.

 

다음 이야기 계속...(아래 링크)

http://www.kimsunho.com/index.php?mid=daily_life&document_srl=17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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