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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화창한 날의 관악산 산행기 (2015-12-13)

김선호 2015.12.17 22:56 조회 수 : 571 추천:23



2015-12-13 관악산 등산 후기

화창한 봄 날로 착각할 만큼 파란하늘에 따사로운 햇살이 깃드는 날이다. 마음 맞는 회사 분들과 주말을 이용해 관악산을 가기로 했는데 운이 좋게도 봄 날 같이 포근하고 하늘은 가을의 청명한 하늘과도 같았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이미 내린 눈 때문에 아이젠을 챙겨야 할까 하는 얘기들을 했었는데 말이다. 두꺼운 옷을 입고 와서 옷을 벗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지난 날의 추위에 대한 관성으로 무심코 껴 입고 온 듯 하다.


정배는 친한 대학원 후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자주 대화를 갖곤 한다. 최윤 차장님은 11년여전 현재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내 사수였다. 지금은 같은 담당이긴 하지만 팀이 다르다. 하지만 종종 술자리를 갖는 등의 교류를 하고 있다. 이들과는 지난 5월에 춘천의 삼악산 등반 후 다시 모였다.

관악산은 기억이 맞다면 이번이 세번째다. 맨 처음은 고등학교 2년때인 1989년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당연할테지만 어디로 올랐는지 정상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고 부모님과 셋이서만(대학교 1학년이었던 형은 참석하지 않았다) 등반했던 기억만 있다. 다만 서울대로 내려온 것은 똑똑히 기억이 난다. 앞으로 내가 다닐 학교가 될거야 이러면서… 뭐 굳이 이에 대한 변을 대자면 꿈을 크게 가졌었다고 비난 받을 것은 아니다.

두 번째 기억은 다니던 건설회사를 관두고 대학교, 대학원 선배들과 벤처회사를 창업해 운영할 때였다. 정확한 년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데 2001년에서 2003년 무렵이다. 당시 나이는 같았지만 사장이자 대학교 대학원 선배가 안양 관양동 현대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 집에서 술을 한 잔 먹고 다음날 집에서 이어진 등산로로 관악산 정상에 올랐었다. 당시 기억으로 평상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꽤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후 관악산에 가고 싶은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었다. 굳이 이유를 들어 보자면 관악산은 웬지 너무 힘들다는 선입견이 자리 잡았고 서울에 있어 언제든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기 때문에 산에 갈 기회가 생길 때는 늘 굳이 관악산을 갈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산에 사람이 많은 게 싫은데 최근의 등산 열풍으로 추측컨대 관악산은 늘 인산인해 수준의 인파라는 인식이 있었다.
오늘 관악산 등산은 이런 인식을 깨뜨려주려고 한 것이었을까? 겨울이 봄처럼 포근했고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은 파랬다. 우리는 과천향교 부근에 차를 대고 4호선 전철을 타고 사당역에 내려서 관악산으로 향했다. 사당쪽에서 오르는 것이 전망이 좋다고 해서 택했는데 정말 그랬다. 더욱이 날씨도 청명해서 이런 날에 사당으로 들머리를 잡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사당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약 100여미터 곧장 가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500여미터 정도 죽 가다 보면 이렇게 등산로가 나온다. (09:46AM)


서울 북동쪽 전경. 우측 끄트머리에 실제론 뚜렷했지만 사진상으로는 희미하게 제 2롯데월드가 보인다. 등산로는 그리 가파르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계단 투성이일 거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시작은 꽤 괜찮았다. 몇 분이나 올랐을까 바로 서울 시내가 확 들어오는 곳이 나와 초반부터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여기서부터 이럴 필요가 없었다. 이 보다 몇 배나 더 좋은 조망들이 탁탁 터졌기 때문이다.




서울 북서쪽 전경. 멀리 여의도 63빌딩이 보인다.(10:25AM)


방향을 약간 동쪽으로 틀어서 북쪽을 바라보면 남산타워(사진상으로 우측)가 보이고 남산의 왼쪽 뒤로는 북한산이 보인다. 시계는 대체로 뚜렸했는데 먼쪽에서는 약한 스모그 같은게 보였다.


서울 서쪽 전경. 바로 앞에 산능성이 뒤로 서울대가 있다. 서울대로 가려면 중간쯤 보이는 크레인이 있는 부위의 길을 따라 가야 할 것이다.




조금 더 오르면 좀 가파른 철계단이 나오고 오르고 나면 그야말로 한 눈에 서울시 중앙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올라오면서 쭉 보아 온 전경이지만 보다 트인 시야다.


서울 동쪽.


아직 연주대까지는 반도 못 온 지점이다. 가야할 길이 아직 꽤 된다.


뒤돌아 지나 온 탐방로를 바라 본다. 이제 서울시 전경에 지나온 산능성이가 더해져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위 사진과 이 사진은 서로 마주한 모습이 된다. 바로 앞의 작은 암봉은 언뜻 보면 작은 울산바위 느낌이 나기도 한다.








가슴이 시원해지는 조망이다.








약 3~40분 정도를 더 가니 최차장님께서 좀 지치셨나 보다. 적당한 자리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가자신다. 관악산은 서울의 요지라 그런지 군 참호들이 곳곳에 있다. 참호 부근은 또한 산객들의 적당한 쉴 자리로도 좋았다. 조망이 좋은 참호 부근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를 꺼낸 김에 아예 점심을 먹기로 하고 보따리를 풀었다. 최차장님이 먼저 먹고 가자고 할만했던게 과일에 막걸리에 김치에 마른 안주까지 많이도 짊어지고 오셨다.


559봉 기점에서 연주대 최단거리는 약 20분이 소요가 된다고 안내판에 씌여져 있었다. 다만 위험구간이라 좌측 우회로를 권장하고 있다. 사실 앞서서 갈림길에서 위험구간 표지판과 함께 우회로가 있었는데 이 때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우측 우회로로 돌아서 왔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꽤 소비한 탓인지 우리는 모두 이번에는 빠른 길로 가보자라고 의견 일치를 자연스레 가지며 위험구간을 통과해 연주대로 가기로 했다. 또 많은 등산객들이 가는지라 우리도 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렇게 줄을 잡고 오르는 구간이 나오고 경사도 꽤 가파라진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정배는 줄잡고 가기 싫다고 옆으로 돌아서 갔는데 결국 위험도로 따지자면 여기선 저 줄을 잡고 오르는게 가장 나았다. 왜냐면 돌아서 가면 결국 저 바위뒤로 해서 꽤 넓직한 바위틈새를 점프하다시피 건너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배가 줄잡지 않으려고 우회해서 올랐는데 오르고 보니 결국 넓은 바위 사이를 약간의 점프를 해서 건너야 했다.




연주대가 보인다.


이렇게 수직 바위 절벽에서 내려와야 하는 구간도 나온다.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천천히 내려오면 된다.


다시 잠깐의 산책로같은 능선길이 이어진다.


과천 과학관 방면.


다시 서울 북쪽 조망. (13:10PM) 낮 기온이 오르면서 밑에 가라 앉았던 스모그가 위로 오르면서 층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파란 하늘 밑에 저런 스모그 층이라니… 정작 도심에선 느끼지 못하고 살아 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답답한 느낌이 든다.


북서쪽








연주대 목전이다. 위험구간이라는 것 치고는 그냥 무난한 수준으로 생각했는데 정작 이 걸 보고서 이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구나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가만보니 저 암벽을 오르는 루트가 위 아래로 구분되어 있다. 겉보기에 위쪽이 쉬워 보여서 위쪽을 택해서 올랐는데 정말 오르는 몇 분간은 정말 다리가 후달렸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구간이었다.


절벽에 붙어 뒤를 본 모습이다.


드디어 관악산 정상 연주대에 올랐다. (13:20PM)






화창한 봄같은 날씨에 한 낮의 관악산 정상은 사람들이 모이기 딱 좋은 곳인가 보다. 산악회에서 가족끼리 또는 동료들끼리 모인 등산객들로 정상석 바로 앞에는 북적북적… 도무지 틈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하산하면서 바라본 연주대.

과천향교로 하산을 했는데 하산길은 탁트이는 조망 등은 없고 계단길이 꽤 많아 좀 지루하고 힘들다. 대신 계곡길을 따라 하산하게 되어 있어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벗삼아 간다는 위안거리는 있다. 정상에서 차를 세워 두었던 과천 외고 부근까지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가 되었다.

이번 산행으로 관악산의 편견(힘들기만 하고 재미 없다)이 없어졌다. 적어도 화창한 날에 사당에서 오르는 관악산은 정말 멋지고 추천할만 하다.

총 이동거리 : 8.67km
출발시간 : 2015-12-13 09:32
도착시간 : 2015-12-13 14:49
소요시간 : 5시간 16분

201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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