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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7박8일 중국 배낭 여행기

김선호 2003.09.18 11:40 조회 수 : 1454 추천:108



올 여름의 강수일수는 사상 최고라 할 만큼 비의 여름이었다. 8주 연속 주말에 비가 내렸다고 한다. 이틀에 한 번꼴로 쏟아 붓는 비로 정말로 ‘하늘도 무심하다’라는 말을 뱉어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날들이었다.

여행을 떠나다


Fig.1 나의 여행 준비물. 바지3벌, 티셔츠4벌, 속옷, 배낭, 운동화, 샌들, 여행책, 수첩,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배낭 여행이라면 어느 한 곳에 안착하지 않고 줄기차게 돌아다녀야 할 것이고 또 스스로 그럴 것이라 다짐을 한 터이기에 되도록 짐은 최소로 줄여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행하면서 내 몸에 필수로 걸쳐야 하는 것들과 여행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면 다 되었다. 여행서적에서 여행 필수품이라 나열한 것들은 내겐 불필요한 짐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7박 8일의 여정동안 입을 옷과 수첩, 카메라, 노트북 이게 다였다. 우산은 중국의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하여 가져갈까 했으나 습관처럼 출발하는 날 비가 오지 않아 두고 갔다. 우산은 정말로 비가 안 오는 순간 순간에는 정말로 거추장스러운 물건이다.

인천 공항의 탑승구에 들어설 때 여행사의 여행 패키지로 중국 여행을 하는 듯한 나이드신 분들을 보았는데 초등학교 입학생처럼 가슴에 명찰을 달고 있었고 인솔자가 인원 파악을 한다면서 줄을 세우는 모습을 보았다. 난 앞으로도 저런식의 여행 상품을 통해 여행을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다시금 가졌다.

중국의 첫인상, 샹하이.
9월 10일 12시 55분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는 샹하이 푸동(浦東,포동) 공항으로 가는 중국 동팡(東方, 동방) 항공에 몸을 실었다. 시속 300킬로미터로 양력을 받으려는 제트 엔진의 힘으로 몸이 뒤로 제쳐지는 느낌은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푸동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인천 공항에서의 북적거림과 달리 약간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입국 수속(입국카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 외에 최근 15일내에 SARS에 감염된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지도 작성을 해야 했다)을 끝내고 공항 로비에 들어서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한국에서의 찌든 일상생활속에 마치 거대한 무인도에 나홀로 떨구어져 버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거대한 나라에 수 많은 사람들속에 있었으나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바로 이곳은 다름 아닌 거대한 무인도와 같았던 것이다. 한국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듣고도 조금 뒤늦게 깨달았으나 중국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였다. 공항 로비를 나와 버스 정류소가 있긴 한데 어떻게 호텔로 가야할지부터 막막하였다. 정류장 앞의 지도를 판매하는 여점원에게 ‘Can you tell me where the public phone is?’ 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당황해 하며 옆사람에게 중국어로 뭐라고 말을 했다. 아마 ‘니가 말해봐’ 라고 하는 듯 했다. 그래서 내가 ‘디엔후아(電話)’ 라고 하니 아 하면서 손가락으로 공항 로비를 가리켰다.
공항의 안내소에 있는 아가씨에게 다시 물어 보자 I beg your pardon? 이라고 재차 물어본 후에야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나의 ‘후진’ 영어 발음이 그들을 더욱 당혹케 했으리라 짐작한다. 하하. 짧은 순간들이었지만 정말로 몸에 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공중 전화 앞에 막상 서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동전을 넣는 전화가 아니라 IC카드를 이용하는 전화였고 나에게 가진 것이라곤 여권을 신청했을 때 서비스로 받은 데이콤 텔레패시 카드뿐이었다. 내가 어쩔 줄 몰라 하자 공항 직원인 듯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 중국 남자 한명이 오더니 Korean? 이라고 짧막하게 물었다. 나는 사막에서 오아시시를 발견한 양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내 입장을 설명했다. 한국에서 왔는데 전화를 해야겠는데 사용법을 모르겠다고... 그는 나를 데스크로 데리고 가서 전화를 사용하라고 했다. 일반 전화였는데 나는 고맙다고 하고 수화기를 들려는데 IP카드라는 것을 이용해야 하고 100위엔이란다. IP카드는 시외전화, 국제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꼭 사야 되는 것처럼 말과 몸짓을 했다. 카드에 적힌 가격을 확인후 샀다. 어차피 전화하는 것은 필요할테니까. 나는 한국에서 미리 만나기로 했던 왕준이(王君艺, 왕군예)라는 중국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준이라고 부르는 이 여자는 사실 인터넷(ICQ)으로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여자였다. 한국 남자가 애인이라는 이 여자는 한국 친구들을 사귀기 원했고 그녀가 인터넷상에서 찾은 첫번째 한국인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그녀는 남자 친구에 대한 얘기부터 일상에 관한 얘기를 자주 해 주었고 그러다 친해졌다. 나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주기도, 남자 친구를 위해 한국어 학원에 다니는 그녀를 위해 한국어를 설명해 주기도 했었다. 이런 그녀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사실, 내가 예약한 호텔에 어떻게 가야하느냐를 묻기보다는 내가 샹하이에 도착했다는 것을 일러주기 위해서였다. 미리 호텔로 가는 법을 익혀두었으므로 전화로 다시 물어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전화를 걸고 나니 막연한 막막한 느낌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젊은 공항 직원과 짧은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그의 동료 중국인들이 내 주위에 서너명 모였다. 외국인인 한국사람과 그리 오래(?)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나름대로 신기했었을까? 나는 그에게 샹하이 지도를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마치 미리 준비라도 했었던 듯이 데스크 아래서 지도를 꺼내왔다. 내가 가려는 호텔의 주소를 보여주자 그는 지도상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덧붙여 몇번 버스를 타는지와 택시는 비싸니까 타지 말라고 알려주었다. 지도를 줄 수 없겠느냐고 하자 10위엔이란다. 우리 나라로 치면 관광 안내도 같은 곳에서 그냥 나눠 줄 것 같은 지도인데 파는 것인가 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필요한 것 모든 것 하나 하나는 모두 돈이었다.
그는 버스타는 곳까지 나를 안내해 주었고 안내양에게 종점에 내려달라고 부탁까지 해 주었다. 지창싼시안(ji chang 3 xian) 버스를 탔다. 종점까지 가면 된다고 하니 어디서 내려야할지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었다. 안내양은 사람들에게 가려는 목적지를 묻고 돈을 받고 영수증 같은 것을 나눠주었는데 나에게도 물어보았다. 분명, 아까 공항 직원이 종점에서 내려주라고 얘길 한 것 같은데 잊은 듯 하다. ‘last station’이라고 짧막하게 대답해 보았으나 알아듣지 못하고 중국말로 뭐라고 얘기할 뿐이다. 급기야, 그녀는 운전석 뒤에서 노선도를 보여주면서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노선도를 읽을 수도 없었지만 마지막에 내려야 했으므로 마지막 역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20위엔이란다. 버스요금을 내고 자리에 앉고 나서야 모든 것이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샹하이 시내와 꽤 떨어진 푸동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가며 바라본 중국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도로 주변과 비슷했지만 중국이라는 이유에선지 그저 넓게만 느껴졌다.


Fig.2 난푸따치아오(南浦大橋, 남포대교)를 건너기 직전


Fig.3 난푸따치아오를 건너 샹하이 시내로.

샹하이의 황푸지앙(黃浦江, 황포강)을 가로지르는 난푸따치아오(南浦大橋, 남포대교)를 건너 드디어 샹하이의 시내로 진입하니 내가 정말 샹하이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샹하이는 황푸지앙을 중심으로 강 동쪽을 푸동(浦東, 포동), 강 서쪽을 푸시(浦西, 포서) 지역으로 나뉜다. 난푸따치아오를 건너니 다리에서 시내 진입하는 진입로가 꽈배기처럼 뱅글 뱅글 돌면서 뻗어 있었다.


Fig.4 길거리 곳곳에 널려 있는 빨래들, 샹하이

시내에 들어섰을 때 내 시선을 끄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빨래였다. 갑자기 웬 빨래냐고? 빨래가 번잡한 시내 길가, 가로수, 상점의 문고리, 창문 밖으로 뻗어 나온 쇠파이프 등에 마구 널려 있다고 생각해 보라. 중국에 오기 전, 전봇대에 널린 빨래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참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도시 미관상 안 좋다라는 느낌보다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중국의 교통 문화


Fig.5 신호 대기중인 교차로에서, 샹하이


Fig.6 대부분의 길에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다.

버스를 타고 샹하이의 번잡한 시내를 지나며 놀란 것은 교통 의식이었다. 사람이 횡단 보도를 건너는 중인데도 경적을 울리며 차가 지나가고 보행신호라 사람들이 우르르 길을 건너는데 택시가, 승용차가 그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 많은 자전거 행렬들, 중국의 거의 모든 도로는 차도 옆에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었다. 샹하이에서 이틀째 날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꽁안(公安, 공안)에게 딱지를 끊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지창싼시안 버스 종점은 중산루(中山路)에 있었고 대략 예약한 호텔 근처까지 온 것은 알겠는데 나의 위치에서 어느 방향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 버스 종점에 빈택시들이 있길래 택시 기사에게 호텔 이름(리우 저우 따 샤, 錄洲大厦)을 댔더니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는 것이 안간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였다. 우리 나라 택시 못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지도를 펼쳐 들고 호텔 주소와 지도상에 표기된 거리를 비교해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방향은 잡을 수 있을지언정 정확한 위치를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길가던 사람에게 길을 물어 보았다. 중국에서 나의 길 물어보기 원칙은 나름대로 정해 놓은바가 있었다. 첫째, 영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젊은 사람에게 묻는다. 둘째, 되도록 여자에게 묻는다. 중국 여자는 한국 남자라면 50%는 먹고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거니와 여자가 보다 친절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셋째, 물어보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을 한자로 써서 보여주고 묻는다. 나중엔 주로 세번째 방법을 많이 써 먹었는데 이 방법이 참 잘 먹혔다. 우선 중국인들이 질문을 100% 이해를 했으며 외국인이 한자를 쓴다는 것에 약간 놀라워하고 또 좋아하는 듯 했다. 어쨌든, 친절해 보이는 중국 여자였는데 영어로 리우저우따샤 라는 호텔이 어디 있냐고 물었는데 나보고 ‘한국 사람이세요?’라고 정확한 한국어로 되묻는 것이었다. 중국에 처음 와서 낯선 중국인에게 길을 물었는데 한국어를 완벽히 할 줄 아는 중국인이라니! 앞으로의 중국 여행이 순탄하고 재미있을 거라는 암시와 같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작년에 한국에서 1년간 살았었다고 한다. 구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웅진 코웨이’에서 일을 한단다.

전화걸기가 무척 어려웠다.

화려한 도심뒤의 허름한 아파트와 빈민가

화려한 샹하이의 야경

맛있지만 너무나 느끼한 중국 음식

보통 중국인이 사는 아파트 경험

런민광챵, 난징동루, 와이탄, 위위엔

샹하이보우관

대한민국 임시 정부 유적지

샹하이 신티엔띠

중국 공산당 제 1차 전국 대표 대회 회지

중국의 열차

정원의 도시 쑤저우, 초우쩡위엔(졸정원)과 오우위엔

원화로는 환전이 안되다

샹하이 헝샨루의 까페거리에서의 찻집

샹하이에서의 마지막, 슈지아후이, 난징동루, 와이탄의 야경

베이징, 꾸공(자금성)

빠다링챵쳥

티엔진으로 가는 공포의 택시

친구, 후배와의 만남

아쉬움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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