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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세월이란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 김선호는 영원한 과객의 흔적을 기록한다.

설악산 용아장성 (2019-12-27~12-28)

김선호 2019.12.30 20:59 조회 수 : 705

회사 동료들(이해성 차장, 조성건 차장)과 오랜만에 설악산을 1박 2일로 가기로 했다. 이해성 차장과는 두차례 공룡능선을 함께 탐방한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뭔가 더 '쎈' 코스를 생각해보다가 용아장성을 가보기로 했다. 4년여 전 소청대피소에서 이른 아침에 안개에 보였다 사라진 용아장성이 아직도 머리속에 있다.

용아장성 후기를 두어개 살펴보았는데 하나같이 줄을 잡고 게처럼 옆으로 낭떠러지 바위길을 가야 하는 게구멍 바위와 낭떠러지 사이의 1m 남짓 되는 거리를 뛰어 건너야 하는데 착지점이 발한폭도 안된다는 뜀바위를 최고 위험한 구간으로 얘길 하기에 그 구간을 건너뛰는 우회길을 찾아 올라가기로 했다. 좀 더 자세한 후기를 섭렵했어야 했는데 막상 용아능선에 올라 봉우리 2개를 지나는데 멘탈이 탈탈 털려서 항복하고 탈출하고 말았다. 다음은 그 간략한 후기.

 

구곡담 계곡 인근에서 골짜기를 따라 된비알을 치고 올라갔다. 용아장성 능선 타기 바로 밑은 발을 간신히 디딜만한 바위 절벽을 가로로 건너서 올라서야 했다. 오래전 내린 눈이 녹지 않아 5mm 미만의 얇은 건조한 눈이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다.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터지는 장쾌한 풍광. 오후 1시 30분 경.

북동쪽을 보면 북서 - 남동으로 뻗은 공룡 능선의 안쪽면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경치를 한 동안 감상한 뒤에 능선을 타고 저진한다. 이 때만 해도 공룡능선 정도의 난이도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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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이 한 눈에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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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 올라서 왼쪽을 보면 1봉이 보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는 1봉과 2봉 사이의 능선에 올라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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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 하나는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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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끝에 소청봉, 중청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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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멘탈 붕괴

능선길을 따라 조금 가다 보니 아니 바위 낭떠러지가 길을 턱 막는다. 우를 봐도 좌를 봐도 천길 낭떠러지다. 뒤를 돌아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냐고 물어보니 없단다. 분명 내려 받은 선행자의 경로는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되어 있는데 바로 앞은 낭떠러지라니... GPS 오차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아래로 내려서 가는 길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제서야 평상시의 등산로를 생각한다면 절대 길같지도 않은 수직에 가까운 발 디딜만큼만의 단차를 가진 바위길이 있음을 깨달았다. 용아장성의 북면이라 눈이 살짝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아이젠 정도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위 내리막길은 등에 짊어진 두툼한 배낭때문에 앞으로 앉아서 내려가기는 자세가 나오지 않았고 몸을 바위쪽으로 한 다음에 살금살금 내려와야 했다. 천길 낭떠러지는 아니지만 쭉 미끄러 떨어지면 어디 하나 부러질만한 3~4m 높이?

여기서 힘을 꽉 주고 내려가다 보니 내려와서 긴장이 풀리는 순간엔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나중에 집에 와서는 안 쓰던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서인지 몸이 뻐근했다. 이내 다시 올라서야 하는 바위 길. 이 번엔 반대로 거의 수직에 가까운 바위를 손으로 잡고 부러진 나무줄기에 왼발을 겨우 딛고 오른발쪽은 발가락 정도 디딜 수 있는 단창 겨우 착지하고 두 손은 바위 틈새를 손가락 힘으로 움켜쥔 후 팔힘으로 겨우 올라설 수 있었다. 이 높이도 3~4m 정도로 뒤에서 봤을 땐 그렇게 높아 보이진 않았지만 막상 올라서기 위해 바위에 몸을 실었을 때는 정말로 아찔하고 힘들었다. 또한 겨우 올라서고 나서도 가파르게 바위 봉우리를 치고 올라야 했다. 여기서 1차 멘탈이 나갔다. 

 

2차 멘탈 붕괴

능선에서 왼쪽으로 살짝 내려선 길을 따라 걸었다. 평평하던 고도가 살짝 오름세를 보이더니 육길이 위로 솟은 암릉에 막힌다. 선행자 GPS루트를 보니 왼쪽 방향인데 왼쪽은 길이 없는 거의 절벽이다. 앞은 분명히 암릉 절벽으로 막혀 있다.

GPS를 몇 번이고 봤는데 왼쪽 방향이다. 그럼 거의 절벽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다행히 바위 절벽은 아니고 나무 등이 있는 육길이다. 가파르게 내려서자 우리를 가로 막았던 암릉 절벽이 깎아지른 듯이 우뚝 서 있다. 두 봉우리 사이에 내려선 우리는 다음 봉우리가 수직 바위 봉우리인지라 우측 골 사이로 내려서 돌아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도를 보니 그게 아니다. 수직 바위 봉우리를 왼쪽으로 돌아 그 '수직 바위 봉우리'를 치고 올라야 하는 것이다.

아니 이 수직 암봉을 우회하는 게 아니고 올라야 한다고? 여기서 2차 멘탈이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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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봉과 그 뒤로 4봉. 눈앞에 펼쳐진 천하절경의 암봉은 그저 감상용이 아니라 반드시 지나야 할 길이었다.

 

3차 멘탈 붕괴

우리는 가파른 암릉(3봉)을 따라 올랐다. 다리를 최대로 들어 올리고 움켜 쥐고 하면서 오르고 올랐는데 길이 또 막힌다. 정면에는 2.5~3.5m 정도의 수직 바위벽이 가로 막고 있었다. 우측은 천길 낭떠러지. 좌측 아래로 우회로가 있는지 살펴 보았는데 가파른 흙경사면을 따라 진행 방향으로 보니 역시 절벽으로 가로막히는 듯 보였다.

선행자의 경로를 다시 봐도 결국 정면의 수직 바위벽을 타고 올라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완전 좌절감을 느꼈다. 3차 멘탈 붕괴다.

절경에 취해 카메라를 벨트에 매고 이동을 했는데 더 이상 사진 찍을 여유도 없어져 버렸다. 가방에 카메라를 집어 넣었다. 아이젠도 신었다.

줄도 없고 손이나 발을 디딜 틈도 없는데 가만 보니 마치 빙하의 크레바스처럼 사람 몸통 하나 들어갈만한 수직으로 커다란 틈이 있었다. 이 바위틈새의 형상은 정면에서 보면 틈이 안보이고 겹쳐진 바위처럼 보인다. 틈새의 진입은 좌측으로 해서 쏙 들어갈 수 있다. 배낭을 매면 틈새에 들어갈 수 없으니 배낭을 모두 풀어 놓고 틈새에 몸을 끼운 후 등을 바위벽에 기대고 손은 바로 앞의 바위층을 밀어 조금씩 조금씩 크레바스 사이로 몸을 밀어 수직 상승하며 올랐다. 전신의 힘을 다 쏟아 오르고 나니 다리가 후달린다.

 

4차 멘탈 붕괴

모두 다 크레바스 바위를 힘겹게 오른 후 배낭을 다시 짊어지고 나아갔다. 조금 지나니 이건 뭐... 또 수직 암벽이 가로 막는다. 왼쪽 오른쪽 천길 낭떠러지. 유일하게 갈 수 있는 길이 키의 두 배는 넘어보이는 매끈한 수직 암벽을 타고 가는 것 뿐이다. 여기서 4차 멘붕이 왔다. 이건 중간에 가로로 길게 난 크랙 부위 외에 잡고 디딜 곳도 없었다. 게다가 봉우리 꼭대기 부근이라서 몸이 휘청일 정도로 바람이 거셌다. 어쨌든, 시간은 가고... 지체할 수는 없어서 벽에 손을 집고 몸을 밀착시켰다. 그 때 직벽 위 거대한 바위에 묶인 로프가 보였는데 바람때문에 로프가 드리워지지 않고 왼쪽 바위위로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로프를 보는 순간, 아 확실한 길이 맞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로프가 삭진 않았는지 세게 잡아당겨 본 후 로프를 잡고 암벽을 타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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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봉을 모두 오른 뒤 우리는 말없이 내려갔다. 4봉을 올려다 보니 이건 뭐...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절벽 그 자체였다. 선행자의 루트는 분명히 이 절벽을 타고 오른 것으로 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4봉은 장비를 필수로 지참해야 오를 수 있는 곳이었고 옆으로 우회로가 있었다. 용아장성의 전체 루트를 꼼꼼히 습득을 하고 왔어야 했다.

우리는 더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3봉과 4봉 사이 골짜기로 무조건 내려가기로 했다. 나뭇잎으로 무성한 곳으로 겨울이라 나무가 앙상해서 그나마 나무에 크게 걸리지 않고 급경사를 미끄러지 듯 내려갔다. 나뭇잎 두께가 허벅지까지 오기도 해서 발을 디뎠을 때 푹 빠지면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해가 닿지 않는 골짜기면에는 눈과 얼음이 곳곳에 있어 벗었던 아이젠을 다시 신고 내려갔다. 얼어붙은 폭포수 절벽이 나오면 옆으로 피하고 급경사에 매우 힘든 하산길이었지만 적어도 용아장성의 절벽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주는 마음의 편안함이 훨씬 더 컸다.

1시간 반 남짓 내려왔을까, 구곡담계곡의 정규 등로가 보였다. 정규 등로 합류시간이 오후 5:0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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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봉에서 본 산행경로. 5봉은 가지 않았으므로 5봉에서 찍은 사진(2019년 9월 사진)을 구해서 우리가 다녀온 루트를 표기해 보았다.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고 중청대피소까지는 도저히 무리여서 중청대피소 예약을 취소하고 하산키로 하고 대신 수렴동대피소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수렴동대피소에는 묵는 사람이 우리 셋밖에 없었다.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으면서 무모했던 산행 일정(심지어 시간 계산도 잘못함)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우며 심신을 달랬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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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거리 : 18.5km (백담사 - 구곡담계곡 - 용아장성 2봉, 3봉 - 구곡담계곡 - 수렴동대피소 - 백담사)

이동시간 : 9시간 23분

휴식시간(1박 포함) : 14시간 37분

2019-12-27 10:00AM ~12-28 10: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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